담임목사 글터
부산일보 칼럼 - 나무가 단풍이 드는 이유
기고문
작성자
한석문
작성일
2018-01-24 17:09
조회
2209
나무가 단풍이 드는 이유
도종환은 '단풍드는 날'에서 나무가 단풍이 드는 이유를 기막히게 설명했다. "버려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 제 삶의 이유였던 것 / 제 몸의 전부였던 것 /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방하착(放下着) / 제가 키워온 /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 가장 황홀한 빛깔로 /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가을이 깊고 겨울이 올 때, 나무는 잎을 버릴 계획을 서두른다고 한다. 잎을 다 버려야 아주 작은 에너지만으로도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놓아버림' 속에서 나무는 생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띠게 된다.생태목회 세미나를 위해 찾아온 아산시 외성마을엔 이미 나무들이 잎을 내려놓고 있었다. 떨어져 풀섶에 뒹구는 이파리들은 하나같이 곱게 단풍든 모습들이다. 아무 이파리나 함부로 떨어뜨리지 않고 곱게 채비를 갖춘 이파리들부터 자청 땅으로 버려진듯해 가슴이 애틋하다. 여기엔 그렇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부산의 나무들도 자기 몸을 비워 겨울을 준비하겠지. 누가 그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나무들은 저토록 '놓아버림'의 지혜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 말씀이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닌 듯하다.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마 6:28) 어찌 고운 자태에만 눈길 두고 말겠는가? 프란치스코 성인에 따르면 "꽃 한 송이 피는 것을 보며 '아!' 하고 감탄하는 순간 그는 관상적 영성에 들어선 것"이라 한다. 반대로 말하면 꽃 한 송이 등지는 순간 하나님도 등지게 된다는 뜻일 터이다. 꽃과 나무의 '보이는' 자태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생태적 지혜를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시나브로 신앙의 신비에 들어서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가을은 있다. 그 가을 지나면 머잖아 찾아올 겨울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을 것인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내 삶의 이유인 것, 내 몸의 전부인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생의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들어 가야하지 않을까?
한석문 목사 | 해운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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