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글터
부산일보 칼럼 - 부활의 신비
기고문
작성자
한석문
작성일
2018-01-24 17:04
조회
2395
부활의 신비
봄이 아름다운 것은 생명의 만개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겨울 한파를 견뎌낸 끝의 생명은 그래서 신비이고 황홀함입니다. 우리가 맞이한 부활의 아침도 그렇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이 오듯, 꽃샘추위의 개울을 건너야 봄이 오듯, 수난과 죽음 그리고 무덤에 이른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부활의 아침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치 들판 가득한 백합의 향내에 취하듯 지금 우리는 생명의 향내에 취해 있습니다. 만약 주님의 부활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예수님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알 듯 모를 듯한 옛 이야기나 지나간 추억담처럼 들으면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마음으로 고대(古代)의 어느 한 장면에 매여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우리 영혼을 생기롭게 돋우고 살게 하는 이 힘! 살아계셔서 우리에게 봄볕 같은 생명을 주시고, 목련꽃과도 같은 함박웃음을 보내주시며, 우리를 향한 사랑의 말씀을 저 윤기 나는 새소리에 담아 들려주시는 주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팍팍하고 속 뒤집히는 세상에서 무슨 재미와 희망으로 살아가겠습니까? 결국 주님께서 부활하셔서 우리의 찬양과 경배를 받으심은, 예수님 자신의 영광이 아닌 우리들 자신의 잔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예수님의 부활이 아니었더라면 우리의 삶에 진정한 것이 무엇이 있었겠습니까?
복음서를 찬찬히 묵상하노라면 하나의 독특한 전승을 만나게 됩니다. 다름 아닌 ‘여자들’에 관한 매우 암시적인 전승입니다. 그녀들은 열두 제자들과 다르게 별도의 주장이나 행동을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분명 하나의 다른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모두 달아났을 때 그녀들만은 밤새워 무덤을 지켰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부활의 기쁜 소식도 제자들 아닌 그녀들에게 먼저 전해졌고, 그녀들이 먼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으며, 그녀들이 제자들에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무덤 앞에서의 그녀들의 내면에 실재했던 두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서움과 큰 기쁨’(마28:9)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여린 가슴 속에서 ‘무서움과 큰 기쁨’이 숨 가쁘게 교차했습니다. 어찌 그렇지 않았겠습니까? 텅 빈 무덤, 그 ‘현장 부재의 알리바이’가 어찌 무덤덤하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사건이었겠습니까? 그러나 마침내 예수님의 발을 붙잡고 경배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그늘 없는 기쁨입니다.
지난한 겨울 한파를 견뎌내고 꽃샘추위의 개울을 건넌 후에야 비로소 봄이 우리에게 생명을 꽃피워 주듯, 수난의 골짜기를 지난 후에 찾아온 이 봄날 같은 부활은 그래서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 황홀한 부활절입니다.
한석문 목사 | 해운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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