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성탄 후 제2주 내면의 영성과 창조질서 보존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렘 31:7-14
7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는 여러 민족의 앞에 서서 야곱을 위하여 기뻐 외치라 너희는 전파하며 찬양하며 말하라 여호와여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구원하소서 하라 8 보라 나는 그들을 북쪽 땅에서 인도하며 땅 끝에서부터 모으리라 그들 중에는 맹인과 다리 저는 사람과 잉태한 여인과 해산하는 여 인이 함께 있으며 큰 무리를 이루어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9 그들이 울며 돌아오리니 나의 인도함을 받고 간구할 때에 내가 그 들을 넘어지지 아니하고 물 있는 계곡의 곧은길로 가게 하리라 나 는 이스라엘의 아버지요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니라 10 ○이방들이여 너희는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먼 섬에 전파하여 이르 기를 이스라엘을 흩으신 자가 그를 모으시고 목자가 그 양 떼에게 행함 같이 그를 지키시리로다 11 여호와께서 야곱을 구원하시되 그들보다 강한 자의 손에서 속량하 셨으니 12 그들이 와서 시온의 높은 곳에서 찬송하며 여호와의 복 곧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어린 양의 떼와 소의 떼를 얻고 크게 기뻐하리라 그 심령은 물 댄 동산 같겠고 다시는 근심이 없으리로다 할지어 다 13 그 때에 처녀는 춤추며 즐거워하겠고 청년과 노인은 함께 즐거워하 리니 내가 그들의 슬픔을 돌려서 즐겁게 하며 그들을 위로하여 그 들의 근심으로부터 기쁨을 얻게 할 것임이라 14 내가 기름으로 제사장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며 내 복으로 내 백 성을 만족하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응송 | 시 147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 며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서신 | 엡 1:3-14
3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 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4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5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 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6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 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7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8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9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10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11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12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13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14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속량하시고 그의 영 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
복음 | 요 1:(1-9) 10-18
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 씀은 곧 하나님 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둠에 비치되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6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7 그가 증언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언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 로 말미암아 믿게 하려 함이라 8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언하러 온 자라 9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10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 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11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13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15 요한이 그에 대하여 증언하여 외쳐 이르되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하니라 16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17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어진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 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18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 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렘 31:12을 묵상하십시오. 마음에 시온을 회복한(렘 31:6 참조) 사람 의 심령은 어떠한 상태로 묘사되고 있습니까?
② 요 1:12-14을 묵상하십시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는 어디로부터 난 것입니까?
③ 엡 1:8-10을 묵상하십시오. 그리스도의 지혜와 총명이 우리에게 넘 칠 때,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내면의 영성과 창조질서 보존
새해 첫 주일 아침,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1월 현재, 한국과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와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상을 겪으며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 인류문명사의 대전환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가르며 진행되는 가운데, 일반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한국교회 역시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위기는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오던 병증이 코로나라는 충격에 직면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후로는 이 바이러스 감염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까지 더해져, 인류는 위기를 현실 속에서 실감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닥쳐온 이 위기를 막으려면 전 세계가 205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태도와 방식이 전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질서와 순환하는 삶을 살아내야만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무섭게 질책하고 있습니다. "이방들이 분노하매 주의 진노가 내려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 종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또 작은 자든지 큰 자든지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 주시며 또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실 때로소이다 하더라"(계 11:18) '땅을 망하게 하는 자'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창조세계는 자신들을 해방할 하나님의 아들들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롬 8:19) 이 기다림에 부응하기 위한 우리의 우선 과제는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2021년 우리교회 표어는 '내면의 영성과 창조질서 보존'으로 정했습니다. 우리의 내면이 진정으로 하나님 경외를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 대한 경외감 또한 갖추게 될 것입니다.성탄 후 둘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 역시 우리를 하나님을 향한 경외감에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을 '울며 돌아오는 자들의 슬픔을 돌려 즐거움을 주실 분'(렘 31:9, 13)이라고 소개하고, 복음서와 서신서의 말씀에서는, 하나님을 회개하고 돌아오는 자들을 자녀로 삼아(요 1:12, 엡 1:5), 그리스도의 영광 안에서 살게 하실 분(요 1:14, 엡 1:6)으로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이 말씀들이 선포되던 시대로 돌아가서 동시대의 절박했던 현장 안에서 이 말씀들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먼저 구약의 말씀이 선포되던 현장으로 돌아가려면, 우리는 2천 6백여 년을 거슬러 기원전 7세기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는 여러 민족의 앞에 서서 야곱을 위하여 기뻐 외치라 너희는 전파하며 찬양하며 말하라 여호와여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구원하소서 하라 | 렘 31:7
이 말씀은 시온 즉 예루살렘에로의 순례를 촉구하는 파수꾼의 외침(렘 31:6)에 대한 선지자의 화답입니다. 다윗에 의해 법궤가 예루살렘으로 옮겨진 후, 시온은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었는데, 훗날 여로보암이 다윗 왕조에 반발해서 북쪽에 새 왕국을 세우고, 벧엘과 단에 예루살렘에 필적할 새로운 종교중심지를 건설했다가 기원전 721년경 앗시리아 제국에 멸망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새로이 회복되면, 다시 벧엘이나 단이 아닌 시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파수꾼이 외쳤는데, 그것은 옛 고향으로의 귀환이 아닌 여호와 신앙의 회복에 대한 은유를 담은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회복은 신앙의 노력 없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7절 전반부에서 여호와께서는 '너희'에게 명령하시고, 7절 후반부에서는 그 명령을 받은 '너희'가 전파하며, 찬양하며, 말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십니다. 그 명령은 모두 다섯 가지 동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뻐 외치라', '전파하며', '찬양하며', '말하라' 그리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구원하소서 하라'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일찍이 이스라엘을 위해 좋은 일을 계획하시고, 그 '좋은 일'이 이루어지도록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향해 기뻐 외치고, 전파하고, 찬양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도록 독려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찬양과 기도를 통해 당신의 구원을 이루시겠다는 것입니다.
보라 나는 그들을 북쪽 땅에서 인도하며 땅 끝에서부터 모으리라 그들 중에는 맹인과 다리 저는 사람과 잉태한 여인과 해산하는 여인이 함께 있으며 큰 무리를 이루어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그들이 울며 돌아오리니 나의 인도함을 받고 간구할 때에 내가 그들을 넘어지지 아니하고 물 있는 계곡의 곧은길로 가게 하리라 나는 이스라엘의 아버지요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니라 | 렘 31:8, 9
"보라 나는 그들을 북쪽 땅에서 인도하며 땅 끝에서부터 모으리라"라신 말씀은 "내가 북방에서 재난과 큰 멸망을 가져오리라" 하신 4:6절의 말씀과 비교되는 말씀입니다. 또 23:8절에 보면 "이스라엘 집 자손을 북쪽 땅, 그 모든 쫓겨났던 나라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라는 표현이 있는데, 예레미야서에서의 북쪽 땅이란, 하나님을 거스른 이스라엘 백성을 징벌하기 위해 여호와께서 불러들이시는 적군들의 출발지이면서, 동시에 그리로 사로잡혀 간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돌아올 출발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북쪽 땅에서 돌아올 이들은 '맹인, 다리 저는 사람, 잉태한 여인과 해산하는 여인'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정이 딱한 이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불러 모아 구원하시는 이유를 예레미야는 이렇게 단언합니다."나는 이스라엘의 아버지요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니라"(렘 31:9b)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시는 이유는 바로 '관계'였습니다. 신 32:6절에서 '아버지'란 말은 이스라엘과 여호와 사이의 밀접한 유대 관계를 묘사하는데 쓰였습니다. 또 렘 3:4절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향해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는 나의 청년 시절의 보호자이시오니"라고 고백했었습니다. 바로 이 특별한 관계로 인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흩어버리기도 하시고, 모으기도 하시며(렘 31:10a), 양떼에게 하신 것처럼 지키기도(렘 31:10b) 하시고, 그들보다 강한 자의 손에서 속량하기도(렘 31:11) 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구원의 광경을 보십시오.그들이 와서 시온의 높은 곳에서 찬송하며 여호와의 복 곧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어린 양의 떼와 소의 떼를 얻고 크게 기뻐하리라 그 심령은 물 댄 동산 같겠고 다시는 근심이 없으리로다 | 렘 31:12
예레미야가 내다본 세상은 정말 놀랍습니다. 오랜 포로생활을 겪으며 팍팍해져서 마른 땅처럼 되어버린 그들 심령이 물댄 동산 같으리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처녀들이 춤추며 즐거워하겠고 노인은 함께 즐거워할 것"(렘 31:13)이며, "내 복으로 내 백성을 만족하게 하리라"(렘 31:14)고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예레미야의 이 예언은 성취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예언이 있은 후,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남 유다마저 바벨로니아 군대에 의해 패망하고 그들은 혹독한 구금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윤동주가 고토(故土) 간도에 눕기 전에 쓴 참회록(懺悔錄)에서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라며 부끄러워했던 것처럼, 그들은 살아있는 것 자체로 천형의 삶이고, 무슨 바라볼 기쁨이란 남아있지 않은 삶을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갔을 것입니다. 앗시리아와 바벨로니아 제국이 힘을 잃으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번번이 그들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바벨론 패망 후에는 페르시아가 나타나 그들을 압제했고, 이후로는 로마가 나타나 그들을 압제했고, 그 이후로도 스페인과 영국, 독일과 일본, 중국, 미국 등이 나타나서 차례로 그들을 유린했습니다. 예레미야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꿈이 이뤄질 조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예레미야의 선포는 우리에게 무의미할까요? 역사 속에서 이 말씀은 비현실적인 몽상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레미야는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남은 자를 구원하시는 분이라고 말입니다. 흩어진 자를 모으시는 분이라고 말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는 방식과 때만은 예레미야가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레미야가 선포했던 여호와의 구원이 예레미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때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취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성취입니다. 양떼와 소떼를 늘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그와 일치되는 방식입니다. 힘을 길러 강대국을 멸망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빛의 사역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오늘 복음서의 말씀을 보십시오.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 요 1:9-14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 그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요한복음 기자가 예수님을 빛이라고 한 이유는 예수님이 사람들을 어둠 즉 죄와 죽음으로부터 건져낸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이 빛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거짓 빛에 취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거짓 빛에 속아서 사실은 어둠에 속해 있다는 그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땅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바람과, 우리가 기대하는 빛이 본질에서 다릅니다. 사람들은 이 땅에서 누리는 힘에서 빛을 보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희생과 부활에서 빛을 보셨습니다. 세상을 어둠으로 본다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의 한계를 뚫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란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합니다. 그는 '거짓 빛에 단호히 맞서는 자'이고, '참 빛으로 살기로 결단한 자'입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어둠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빛이신 주님 앞에 자신을 개방하고, 온전히 주님의 빛으로 자기 내면을 밝히는 자입니다. 더 이상 세상의 거짓 빛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세속의 힘의 논리에 동조하거나 굴복하지도 않습니다. 빛으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당신을 희생하신 주님의 순종과 온유하심을 따라 자기를 죽이고, 그럼으로써 부활의 빛 앞에 서는 사람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안에 거했다는 진리를 신학 용어로 성육신(incarnation)이라고 합니다. 성 아타나시우스는 그 진리를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주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낮추어 오신 하나님, 성도는 바로 그 진리에서 빛을 보는 사람입니다. 놀랍게도 요한은 오늘 복음서에서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았다"(요 1:14)고 주장합니다. 요한의 이 고백이 이해가 가고 가슴에 와서 박히고 계십니까? 아니면 그저 먼 옛날이야기로만 들리십니까? 사실 이 고백은 요한의 고백만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도 고후 4:6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 2021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내면의 영성의 회복' 즉 온전한 예배와 말씀묵상과 기도를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회복된 내면의 영성이 이끄는 대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세계와 순환하는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말씀합니다.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 엡 1:7-10
그리스도의 지혜와 총명이 우리에게 넘칠 때,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모두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된다고 사도 바울은 단언합니다. 그의 이 말씀은 교리적이고 종교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우리의 지혜와 총명이 온전히 그리스도를 닮을 때, 비로소 우리는 참 자아를 갖출 뿐 아니라, 이웃과 창조질서와도 순환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것만이 희망인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예레미야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진정한 기쁨과 해갈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꽤나 먼 시대를 시간 여행하듯이 돌아왔습니다. 예레미야 시대로부터, 초기 기독교 시대를 거쳐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예레미야는 미래를 향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세속적인 방법과 기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과 희생을 통해 우리 온 존재에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수피 시인 루미는 "나쁜 물을 고치려면 그 물을 강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나'를 하나님께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우리 내면이 회복되어 그리스도의 지혜로 살아낼 때, 그 삶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회복으로 열매 맺을 것입니다. 2021년은 그렇게 우리 내면의 변화로부터 시작해, 창조질서의 회복을 일구어내는 원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예배와 말씀과 기도로 '내면이 변화된' 체험을 하였는가?
② 내면이 변화되어 이웃과 자연과도 순환을 이루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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