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사순절 제1주 마음에 '말씀의 서고(書庫)'를 가지라
■ 읽기 | Lectio 20분
구약 | 창 2:15-17, 3:1-7
15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 며 지키게 하시고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 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1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2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3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4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6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7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 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응송 | 시 32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너희 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 같이 되지 말지어다
서신 | 롬 5:12-19
12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 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 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13 죄가 율법 있기 전에도 세상에 있었으나 율법이 없었을 때에는 죄 를 죄로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14 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 한 자들까지도 사망이 왕 노릇 하였나니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 15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 16 또 이 선물은 범죄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과 같지 아니하니 심 판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정죄에 이르렀으나 은사는 많은 범죄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에 이름이니라 17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노릇 하 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18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 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 19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복음 | 마 4:1-11
1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 로 가사 2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3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 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4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 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5 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6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 7 예수께서 이르시되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 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8 마귀가 또 그를 데리고 지극히 높은 산으로 가서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 9 이르되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 10 이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11 이에 마귀는 예수를 떠나고 천사들이 나아와서 수종드니라
■ 묵상 | meditatio 20분
① 창 3:6을 묵상하십시오. 하나님 말씀이 아닌 뱀의 유혹을 신뢰했을 때, 나무는 여자에게 어떤 대상이 되었습니까?
② 마 4:4, 7, 10을 묵상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어떤 표현을 반복하고 계시며 그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③ 롬 5:19을 묵상하십시오.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과,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나타난 결과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 기 도 | Oratio 10분
■ 묵상 나눔
마음에 '말씀의 서고(書庫)'를 가지라
지난 해 개봉된 엄유나 감독의 '말모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말모이'는 일제강점기인 1911년, 우리말에 우리 글자로 뜻풀이를 시도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자, 그러나 끝내지 못한 우리말 사전의 이름입니다. 사전을 만들려면 우선 말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사투리를 모으는 작업을 하는데, 편찬자들은 '말을 모으다'라는 뜻으로 사전의 이름을 '말모이'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말모이'의 편찬을 시작한 이들은,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인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입니다. 그러나 원고가 거의 마무리되고 사전 출판을 앞둔 1914년, 주시경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김두봉은 상하이로 망명하고 이규영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말모이'는 출판되지 못하고 맙니다. 1919년 3.1 운동 이후 일본은 "일본이 조선을 영구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조선인의 정신을 뿌리 뽑아야 한다"라며, 조선의 정신을 뿌리뽑기 위해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조선어 교육을 폐지하기에 이릅니다. 독립이 될 줄 알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자 많은 조선 사람들이 변절하여 친일파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말은 정신이고, 글은 민족의 생명'이라고 생각한 조선어학회는 주시경 선생 사망 후 중단된 우리말 사전을 다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이 영화에 김판수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글을 모르는 까막눈에 감옥소나 들락거리는 잡범이었는데,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만나 글을 깨우치는 과정에서 '말은 곧 정신'이고, '글이 곧 민족의 생명'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내 글을 깨우쳐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을 밤 새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판수의 모습에서 말은, 언어란 그런 것임을 영화는 넌지시 보여줍니다. 이후로 그는 '말모이' 작업에 동지로서 참여하게 되고, 끝내 자신의 목숨을 던지며 까지 말모이를 지켜냅니다. 영화에 민들레가 소개되는데, 문 둘레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라 해서 예로부터 '문둘레'로 불리다가 '민들레'가 되었다고 합니다. 판수는 조선어 사전의 문은 아니었지만, 문 둘레에 피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민들레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켜진 '말모이'는 우리말 사전의 기틀이 됐고, 이후 조선어사전편찬회의 사전 편찬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로 인해 탄생한 사전이 '조선말큰사전'입니다. 조선어사전편찬회는 취지서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문화의 발전은 언어 및 문자의 합리적 정리와 통일로 말미암아 촉성되는 바이다."
오늘은 사순절 첫째 주일이자 3.1절 101주년 기념주일입니다. 유혹과 단호히 맞서신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사순절과, 일제에 단호히 맞선 선조들을 기리는 삼일만세운동은 그 의미와 비장함에 있어 어딘가 닮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말씀'이 아닌 '떡'에 관심 갖게 하려는 사탄의 유혹에 단호하게 맞서신 예수님은 끝내 말씀을 일깨워 유혹을 이기셨습니다. 그렇듯 우리 선조들 또한 조선의 정신을 뿌리뽑기 위해 조선말을 말살하려 한 일제에 맞서 '말은 정신이고, 글은 생명'이라며 조선말큰사전을 만들어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으로 파스카의 아침을 여셨다면, 우리 선조들 역시 말을 지켜내 파스카의 아침을 엽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맞이한 사순절이 그 근원적 축제인 파스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 성서일과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먼저 구약성경은 태초의 인간이 직면했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유혹을 보여줍니다.(창 3:1-7) 이 유혹에서 뱀이 하와를 시험한 것은, 이 여자가 '말씀을 신뢰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여부였습니다. 결과는 불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금식 후에 직면했던 유혹을 보여줍니다.(마 4:1-11) 마귀는 예수의 하나님 아들 되심에 대한 회의(懷疑)를 그의 굶주림과 그 현실에 대한 대응에서 유도해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으로 뱀의 유혹을 이겨내십니다. 예수님께는 '말씀이 곧 당신 존재'였습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이 두 유혹의 결과를 분석해서 보여주며,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롬 5:17-19) 라고 선언합니다. '사는 것'을 말씀 아닌 것에서 찾았던 한 사람과, '사는 것'을 빵보다 말씀에서 찾았던 한 분은 그 삶의 결과에서 이렇게 확연히 달랐습니다. 먼저 구약성경을 보겠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 창 2:15-17
하나님은 진흙을 빚어 사람을 만드신 후, 그냥 놓아두지 않으시고, 그 코에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으심으로서 당신의 숨으로 호흡함으로 완성된 존재로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창 2:7) 그리고 하나님은 그 사람을 에덴이라는 동산에 살게 하셨는데, "강이 에덴에서 흘러 나와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부터 갈라져 네 근원이 되었으니"(창 2:10) 라는 말씀으로 미루어볼 때, 비손 강과 기혼 강, 그리고 헷데겔과 유프라테스 강의 근원인 이 에덴동산은 그 자체로 생명을 품은 낙원(樂園)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낙원에 사람을 살게 하시며,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고 그들에게 '자유와 제약'을 동시에 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말씀 안에서 누리는 자유'보다 자유에 붙어있는 '제약'에 더 민감해 했습니다. 어느 날 뱀이 하와를 찾아옵니다.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 창 3:1-7
옛 교부들은 이 뱀을 가리켜 '살그머니 마음속으로 기어드는 악한 상념(想念)'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창세기에 나오는 뱀의 정체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살며시 숨어드는 사악한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담과 하와는 말씀보다 사악한 상념을 더 달콤해 했습니다. 그들은 말씀에 순종해 영(靈)이 살아있게 하는 것보다 탐심을 채워 육을 만족시키는 것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람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갈 것'을 까맣게 잊고, 그만 탐심과 교만이 이끄는 쪽으로 불순종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말씀 안에서 자신들을 주목하지 못하고, 무지한 말로 노새같이 되고 맙니다.(시 32:9) 사람이 하나님의 숨결로 산다는 것은 선과 악을 아는 나무가 있고, 밤과 낮이 있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두고,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 우리 상황에서 재해석하면 말씀을 먹고 성령으로 호흡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태초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남으로서 하나님의 숨결도 형상도 잃은 채, 자유를 박탈당하고 쫓겨나 에덴동산을 '그리워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것이 인류사회에 던져진 어둠입니다. 복음서에 보면 그 사탄이 이번에는 두 번째 아담인 예수를 찾아갑니다.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 마 4:1-3
성경과 교회의 전통이 언급하는 '마귀'는 본래는 하나님에 의해 선하게 창조된 천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를 남용해 '돌이킬 수 없는(irrevocable) 선택'으로서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거부했기 때문에 악으로 변하고 말았고, 그 결과로 지옥의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불순종해 일으킨 반란에 인간들을 참여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마태가 붙인 별명이 '시험하는 자'였습니다. 시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구약과 복음서에서의 마귀의 '시험'은 '유혹(誘惑)'을 뜻합니다. 그들의 첫 번째 유혹은 적중했었습니다. 그들은 아담과 하와를 자기들의 불순종과 반란에 참여시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해 반란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예수를 찾아갑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귀가 예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예수님을 마귀에게 이끌고 가셨습니다.(마 4:1) 그리고 오늘 우리는 마태가 전해주는 증언을 통해 마귀가 꼬드긴 유혹의 내용을 자세하게 듣습니다. 성부께 순종하는 것이 참 아들 됨의 특징인데, 마귀는 교묘하게 예수의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마귀가 예수님을 보자마자 한 말이 무엇입니까?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 맞긴 맞느냐"는 겁니다. 네가 세례 받던 그날, 성령이 비둘기 같이 머리 위로 임하고, 하늘로부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음성이 들려왔었는데, 네가 정말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기뻐하는 자'라면 이렇게 빈들에서 굶어서야 되겠느냐는 겁니다. 이 유혹은 우선은 예수님의 정체를 의심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굶주림'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일면 유치해 보이지만, 그러나 이 유혹은 출애굽한 히브리들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집요하게 직면하고 굴복했던 유혹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귀는 히브리들을 말씀에서 벗어나 불평에 젖어들도록 유혹했던 것처럼, 예수 역시 말씀에서 벗어나, 육적인 욕구에 마음을 기울이라고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귀의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이 무엇입니까?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 마 4:4
"기록되었으되" 이 말씀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예수님은 마귀에게 '네 말이 틀리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와 달리 내게는 오래 전에 기록된 '말씀' 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라고 분명히 밝히시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광야에서 40일 간 굶주리게 하신 것도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고 신 8:3의 말씀을 인용해 대답해 주십니다. 주님의 이 대답은, 예외 없이 유혹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 할 진리입니다. '말씀이 곧 삶'이고, '말씀은 생명'이기에 결코 떡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귀의 두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 | 마 4:5, 6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첫 번째 유혹을 물리치시자 이번엔 마귀도 시 91:11, 12 말씀을 들고 나옵니다. 성경이 인용되었다고 그것이 다 진리가 아님을 우리는 이 유혹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입장에서 자신이 메시아임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로 떡을 만들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며 자신이 메시아임을 사람들 앞에서 증명해준다면, 예수님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것이고, 사역 또한 그만큼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쉬운 메시아의 길' 그것이 유혹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시편 말씀을 들고 나온 마귀에게 즉시 신 6:16 말씀을 인용해 대답하십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말씀은 마귀의 시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영적인 무기입니다.(엡 6:10-17) 마귀는 세 번째로 예수를 산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 산은 지극히 높아서, 천하만국과 그 영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마귀가 유혹의 말을 건넵니다.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 | 마 4:9
종종 신앙적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힘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인의 힘을 빌리려 그 앞에 머리를 숙이는 것, 우리는 그것이 유혹임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 유혹은 강력했습니다. 한 번만 자기 앞에서 머리를 숙이면 '이 모든 것' 즉 앞에서 언급한 빵과 명예까지 다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 모든 것' 즉 '빵과 명예와 권력'은 아담 이후 모든 사람이 탐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엣세네 공동체의 새 언약의 규례에 보면 이스라엘이 '브리알'의 시대에 세 가지 덫에 걸려 고난을 겪는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에서 피한 자는 저것에 붙잡히고, 저것에서 구제된 자는 이것에 붙잡힌다는 것입니다. 히브리 성경에서 브리알은 '쓸모없는 자'란 뜻이고, 후기 히브리어에서는 마귀의 이름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마귀는 예수가 세 가지 덫 중 하나 만이라도 걸려들도록 집요하게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것에서 피한 자는 저것에 붙잡히고, 저것에서 구제된 자는 이것에 붙잡힌다고 하는데, 그 어느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셨습니까? 마지막 유혹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대답하셨는지 이미 여러분은 다 알고 계십니다.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 마 4:10
예수님의 세 가지 대답의 특징을 보십시오. 첫 번째 대답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것이고, 두 번째 대답은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것이고, 세 번째 대답은 오직 하나님만 섬기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대답이 40일 동안 이어진 광야의 금식 끝에 나온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서신서의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첫 사람 아담의 불순종과 대비되는 예수님의 이 완전한 순종을 소개해 줍니다.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 롬 5:17-19
죽음이 한 사람 아담을 통해 흘러들어왔다면, 생명 또한 한 사람 예수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아담이 말씀을 떠나 마귀를 따랐더니, 사망이 그를 통해 사람들을 향해 왕 노릇을 했습니다. 반대로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내시니 예수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생명의 나라에서 왕 노릇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어찌 작은 차이이겠습니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첫 사람 아담처럼 말씀을 버리고 죽음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사람일까요? 두 번째 아담이신 예수님처럼 말씀을 따라 생명의 나라에서 왕 노릇하는 사람일까요?조선어학회는 1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전국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모이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33명이 구속되고 2명이 고문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구속되고, 고문당하고, 죽임까지 당해가며 우리말과 글을 지켜내려 한 것일까요? '말은 민족의 정신을 담은 그릇'이었기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는 곳에 뜻이 모이고 뜻이 모인 그곳에 비로소 독립의 길이 있었기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말과 글을 지켜낸 것입니다. 그렇게 지켜진 한국어는 현존하는 3천 개의 언어 중에서 고유의 사전을 가지고 있는 단 20개의 언어 중 하나이고, 그럼으로써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식민지 나라들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회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듯이 그리스도인들은 목숨을 걸고 내 가슴 속의 말씀을 지켜내야 합니다. 말씀이 모아지면, 주님의 뜻이 모아지고, 주님의 뜻이 모아지면,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현존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 중에서, 마음에 그리스도의 서고(書庫)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그리스도의 말씀이 저장되어 있어 그 말씀이 내 존재와 생각과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인 것입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 마 4:4
그토록 말씀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었기에 죽기까지 말씀에 순명(順命)하셨고, 그 순명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회복시켜 주신 생명의 길을, 우리 또한 말씀을 간직하고 부지런히 신실하게 걸어가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맞이한 사순절 수련의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말씀을 벗어난 자신의 생각이 유혹임을 알고 있는가?
② 말씀에 순명하며 생명을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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