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부활절 제3주 성사적(聖事的) 사랑으로의 초대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신약 | 행 9:1-6
1 사울이 주의 제자들에 대하여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대제 사장에게 가서 2 다메섹 여러 회당에 가져갈 공문을 청하니 이는 만일 그 도를 따르 는 사람을 만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잡아오 려 함이라 3 사울이 길을 가다가 다메섹에 가까이 이르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둘러 비추는지라 4 땅에 엎드러져 들으매 소리가 있어 이르시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시거늘 5 대답하되 주여 누구시니이까 이르시되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 6 너는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라 네가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 니라 하시니
응송 | 시 30
여호와여 주께서 내 영혼을 스올에서 끌어내어 나를 살리사 무덤으 로 내려가지 아니하게 하셨나이다
서신 | 계 5:11-14
11 내가 또 보고 들으매 보좌와 생물들과 장로들을 둘러 선 많은 천사 의 음성이 있으니 그 수가 만만이요 천천이라 12 큰 음성으로 이르되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은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 하더라 13 내가 또 들으니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이르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하니 14 네 생물이 이르되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하더라
복음 | 요 21:1-19
1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호수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 으니 나타내신 일은 이러하니라 2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과 또 다른 제자 둘이 함께 있더니 3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 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4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5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6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 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7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 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 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8 다른 제자들은 육지에서 거리가 불과 한 오십 칸쯤 되므로 작은 배 를 타고 물고기 든 그물을 끌고 와서 9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10 예수께서 이르시되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 하시니 11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 더라 12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13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 14 이것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 세 번째로 제자 들에게 나타나신 것이라 15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 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 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 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16 또 두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 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 하시고 17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 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 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18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19 이 말씀을 하심은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을 가리키심이러라 이 말씀을 하시고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 묵상 | meditatio
① 요 21:15-17을 묵상하십시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② 요 21:18을 묵상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최종적으로 하신 말씀으로 미루어 그에게 요청된 사랑은 어떠한 사랑이었습니까?
③ 계 5:12을 묵상하십시오.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이 '영광과 찬송을 받 으시기에 합당한' 이유는, 그 죽음이 어떤 죽음이었기 때문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성사적(聖事的) 사랑으로의 초대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자화상(自畵像)'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 시에서 윤동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해내고 있습니다. 우물 안에는 자신의 모습만이 아니라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는 아름다운 자연에 비해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이 미워져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의 이 부끄러움은 암담했던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부끄러움입니다. 돌아가다 보니 가여움이 생겨 다시 들여다보고, 또 미워져 돌아가고, 다시 그리워지는 심리적 갈등이 '시어(詩語)'마다 가득 묻어납니다. 주일을 앞두고 오늘 복음서를 묵상하다가 문득 윤동주의 이 '자화상'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갈릴리 바다에 비친 달과 구름과 하늘과 바람을 보던 베드로의 심정도 꼭 이러지 않았을까? 갈릴리 바다에 비친 평화로운 풍경에 비해 초라한 자아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그 부끄러움은 자아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고, 연민은 자아에 대한 미움으로 치닫고, 그러면서 다시 자신을 그리워하다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요 21:3) 하며 추억의 바다로 내달리는 베드로 말입니다. 그렇게 내달려간 갈릴리 바다에서 베드로는 고기잡이에 온통 마음이 팔려 있었을까요? 아마도 3년 전 이곳에서 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와, 이후로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오갔던 대화들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가장 신경을 쓰신 것은 그에게 맡길 임무를 위해 그를 준비시키시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난 3년 동안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일어난 의미 깊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요 1:42에서는 예수님께서 그의 이름을 '시몬'에서 '베드로'로 바꾸어주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눅 5:1-11에서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다에 정박되어 있던 많은 배들 중에서 베드로의 배를 택해서 오르셨고, 그의 배를 단상으로 삼아 설교하시는가 하면 '깊은 데로 가 그물을 내리라'고도 하셨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낚여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베드로가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 했을 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도 지금 생각해 보면 깊은 의미를 담아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눅 5:10) 그런가 하면 예루살렘으로 가던 길 위에서는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3)고 물으시고, 또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고 묻기도 하셨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라고 고백하자, 예수님께서 그를 향해 "복이 있다" 하시며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당신의 수난을 앞두신 밤, 당시 겟세마네 동산에는 베드로만 아니라 요한과 야고보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베드로만을 콕 집어서 1인칭 단수를 써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막 14:37) 또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는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려고 요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눅 22:31, 32)도 당부하시고, 베드로가 이어서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에도 가기를 각오하였나이다"(눅 22:33) 라고 말하자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눅 22:34) 라며 마치 예언을 하듯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장 그날 밤, 실제로 베드로가 주님을 세 번 '모른다'(눅 22:56-62)고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물을 끌어당기는 내내 베드로의 뇌리 속에 지난 3년 동안 일어난 그 일들이 필름처럼 돌아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데자뷰처럼 3년 전 그 날과 똑같이 지금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요 21:3) 라고 요한이 설명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눅 5:5)이라고 베드로가 고백했던 '3년 전'의 상황이 그대로 겹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자기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 자기들이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마 28:10) 하신 말씀을 따라 이곳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밤새 바다 위에서 3년 전의 그 사건이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 요 21:4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요한복음 강해'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먼저 대화를 나누시려고 당신을 곧바로 드러내지 않으셨다고 해석했는데, '날이 새어갈 때' 즉 아직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어두워서 못 알아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 요 21:5
제자들이 없다고 하자 다시 예수님께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요 21:6)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후에 일어난 상황은 이미 여러분이 알고 계십니다. 이 때 베드로의 가슴은 이미 쿵쾅거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형제들을 향해 "갈릴리로 가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 "거기서 나를 보리라" 하신 주님께서, 정말 자기들을 3년 전 그 날처럼 찾아오신 것입니다. 마침 그때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요 21:7a) 즉 요한이 먼저 주님을 알아보고 '주님이시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을 보십시오.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 요 21:7b
그리고 '주님과 함께한 아침'을 요한은 복음서 가득 수채화처럼 펼쳐놓습니다.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 요 21:9
주님은 밤새 빈 그물질을 한 제자들을 위해 숯불을 피워 떡과 생선을 구워놓고 계셨고, 주님의 현존에 압도당한 제자들은 아무도 '당신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요 21:12)고 요한은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렇게 아침식사가 모두 끝났을 때,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십니다.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또 두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 하시고 세 번째 이르시되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 요 21:15-19
예수님은 왜 어린아이도 아닌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하셨던 것일까요? 주석가들은 세 번의 물음에 따른 단어의 차이를 말하기도 하고, 또 실제 그 차이가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님께서 일관되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보여줍니까? 그리스도의 양떼를 먹이는 목자의 본분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 보다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먼저 사랑할 수 있는 목자만이 참으로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고 또한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깊고 뜨거워야 할 뿐만 아니라 참됨과 올바름을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참됨과 올바름을 벗어난 사랑은 자칫 맹목적이거나 부패해서 추악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수도자들은 사람을 피해 사막으로 숨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그들은 사람들을 외면하고, 세상으로부터 도피한 사람들처럼 여겨지지만, 그러나 그들은 마음을 오로지 해 하나님을 사랑함으로써 참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토마스 머튼은 4세기 경 수도자들이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그러한 분리(分離)는 사람들과 그들의 관심사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의 공동체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시는 말씀은 '너도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가라'는 뜻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일관된 물음에 담겨있듯이, '먼저 그리스도'를 사랑함으로서 '사람들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 차이를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유 위에 드높여 사랑하고, 그리스도를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만이, 사람을 '더 깊이', '더 바르게' 사랑하고, 사람들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주님은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신 후에 다시 세 번 반복해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 특별히 오늘은 어린이주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늘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시는 물음은 교회 공동체에서 어린이와 함께 신앙생활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우리는 주님을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는 걸까요?" 이 순서가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깊고 뜨겁게' 사랑할 수 있고, '참되고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그러면 도대체 깊고 뜨겁게 사랑하고, 참되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구원에 이르도록' 사랑하는 것입니다. '구원을 목적으로' 이끌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맡기신 과업과,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시는 과업 사이의 완전한 동일성을 봐야 합니다. 내 자녀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깊고 뜨겁고 참되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사람 아닌 짐승들도 다 합니다. 참되고 올바른 사랑은, 그 사랑으로 인해 내 자녀가 구원에 이를 때만 성립됩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맡기신 사랑과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시는 사랑과 오늘 우리에게 맡겨지는 사랑은 같습니다. 내 사랑의 대상이 구원에 이르러야만 그 사랑이 깊고 뜨겁고 참되고 올바른 사랑입니다. 구원에 이르도록 이끌지 못하는 사랑은 빈 그물을 걷어 올리는 것만큼이나 공허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에도 보면 세 번에 걸친 물음과 대답과 명령이 있은 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운명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 요 21:18
베드로의 순교를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주님이 뭘 말씀하시려는지 분명합니다. 네 양떼가 구원에 이르도록 사랑하기 위해서는 너도 나처럼 십자가를 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사랑은 '성사적'입니다. 우리 사랑도 '성사적 사랑'이어야 합니다. 왜 우리가 성찬에 참여해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는 것입니까? 살이 찢기고 피를 흘리심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의 깊고, 뜨겁고, 참되고, 올바르신 사랑을 성사를 통해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주님의 사역에 부름 받는 또 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사울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에 유대교 안에서 기독교인을 핍박하는 일로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철저하게 자기의 지식으로 알고 있는 율법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를 향해 비쳐오는 빛으로 인해 그가 땅에 엎드러집니다.주여 누구시니이까 | 행 9:5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었습니다. 이후로 그는 사흘 동안을 보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합니다. 그렇게 칠흑 같은 사흘을 보내며 그는 비로소 자기 영혼의 실체를 발견합니다. 하나님은 아나니아를 통해 그를 치유하시고 변화된 그에게 '복음의 사역'을 맡기십니다. 주님은 결국 베드로와 바울이라고 하는 초대교회 최고의 사도 둘을 세우시기 위해, 그들의 오랜 회의와 실패의 밤을 지켜보시고 그들의 잘못된 행실까지 오랫동안 참으시며 마침내 그들이 진짜 사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당신의 일을 맡기신 것입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요한은 노래합니다.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은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 | 계 5:12
모든 죽음이 영광과 찬송을 받기에 합당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으로 죽은 죽음만이 영광과 찬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랑을 위해 죽은 모든 죽음이 다 영광과 찬송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넘어 생명에 이르도록 이끄는 성사적 사랑'만이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기에 합당한 것입니다. 오늘 부활절 셋째 주일의 말씀을 통해 먼저 주님을 향한 사랑을 뜨겁게 회복하시고, 그 사랑으로 내 형제와 내 자녀를 사랑하되 깊고, 뜨겁고, 참되고, 올바른 사랑 즉 '구원에 이르게 하는 사랑'을 감당해 내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구원을 전제하지 않은 맹목적인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② 구원에 이르게 하는 참되고 올바른 사랑을 감당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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