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글터
부산일보 칼럼 - 성령강림절 단상(斷想)
기고문
작성자
한석문
작성일
2018-01-24 17:02
조회
1925
성령강림절 단상(斷想)
그제 다녀온 진주박물관에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당시 경상남도 산음현의 진중(陣中)에서 왜구와 싸우던 경상우감사 김성일(金誠一)이 안동 본가에 있던 부인(貞夫人) 권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가 보관되어 있었다. 전쟁 중에 가족과 부인에 대한 걱정과 정이 편지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며 마음 꽤나 애잔했었다.
“요사이 추위에 모두들 어찌 계신지 가장 사념(思念)하네. 나는 산음(散陰) 고을에 와서 몸은 무사히 있으나 봄이 이르면 도적이 대항할 것이니 어찌할 줄 모르겠네. 또 직산(稷山)에 있던 옷은 다 왔으니 추워하고 있는가 염려 마오. 장모 뫼시옵고 설 잘 쇠시오. 자식들에게 편지 쓰지 못하였네. 잘들 있으라 하오. 감사(監司)라 하여도 음식을 가까스로 먹고 다니니 아무 것도 보내지 못하오. 살아서 서로 다시 보면 그 때나 나을까 모르지만 기필 못하네. 그리워하지 말고 편안히 계시오. 끝없어 이만. 섣달 스무 나흗날”
아들이요 남편이요 아비로서 가족을 떠나 전장에 있는 마음이 오죽했겠나 싶었다. 추위에 모두들 어찌 계신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고, 본인조차 음식을 가까스로 먹고 다니니 아무 것도 보낼 수 없고, 살아서라도 서로 다시 볼 수 있으면 그 때라도 아들노릇 남편노릇 자식노릇 하겠는데 그것조차 기약이 없다. “그리워하지 말고 편안히 계시오.” 남편 된 자가 가장 못할 말이 이 말 아니겠는가? 예수님의 심정도 그랬을 것이다. 이제 죽음의 길 떠나야 하는데 제자 중에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묻는 자가 없고, 예수님께서 성령에 대해 말씀하셔도 제자들 마음엔 근심만 가득했었다.(요15:5, 6) 그러한 제자들을 두고 길 떠나시려는 예수님의 마음을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했으니 예수님의 마음 또한 오죽하셨을까? 그런데 성령강림절을 맞으며 드는 곰곰한 단상(斷想) 하나, 예수님의 떠남은 그처럼 기약 없는 길은 아니었다. 대신 성령을 보내주실 수 있으셨으니 말이다.(요16:7, 8) 성령님은 얼마나 좋은 분이신가? 예수님과 3년 동안 같은 데서 잠을 자고 같은 솥 밥을 먹었으면서도 번번이 대화 한 번 통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 길을 걷던 제자들, 심지어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려는 순간에도 어디로 가시는지 묻지 조차 못했던 제자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친히 제자들을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겠다(요16:12, 13)니 그보다 더 든든한 것이 없다. 빈센트 반 고흐는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성령의 불꽃을 닮은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이프러스 나무와 두 여인’,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 등등 사이프러스가 등장하는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곤 했다. 우리 또한 성령님과의 교제에 푹 빠져 예수님처럼 든든해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석문 목사 | 해운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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