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글터
부산일보 칼럼 - 예수님처럼
기고문
작성자
한석문
작성일
2018-01-24 16:59
조회
2374
예수님처럼
원주의 예수라 불리는 무위당 장일순의 일화집인 ‘좁쌀 한 알’에 그의 사람됨을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시골 아낙네가 선생을 찾아와서 딸 혼수 비용으로 모아 둔 돈을 기차 안에서 몽땅 소매치기 당했다며, 그 돈을 찾아 달라고 매달렸다. 선생은 그 아주머니를 돌려보내고 원주역으로 갔다. 그러고는 역 앞 노점에서 소주를 시켜 놓고 앉아 노점상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기를 사나흘 하자 원주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소매치기들을 죄다 알 수 있었고, 마침내는 그 시골 아주머니 돈을 훔친 작자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선생은 소매치기를 달래서 남아 있는 돈을 받아 냈다. 거기에 자기 돈을 합쳐서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지은 뒤로도 선생은 가끔 원주역에 갔는데, 그것은 소매치기에게 밥과 술을 사 주려는 것이었다. 그때 선생은 소매치기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했어. 이것은 내가 그 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밥과 술이라네. 한잔 받으시고 용서하시라고.”앞으로 소매치기 같은 짓 하지 말라든가, 나무라는 말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선생에게는 그들 행동의 옳고 그름보다는 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더 컸던 것 같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혀 사람들 앞에 끌려나와 부끄러움 가운데 내동댕이쳐졌던 한 여인이 생각난다. 그때 주님은 돌을 들고 서 있던 사람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여인을 향해 이해와 연민을 가지신 한 분이셨다. 주님은 여인에게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요8:10) 물으시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인을 안심시키시고,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시며 여인을 집으로 돌려보내주셨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힐난하는 바리새인들에 대해서는 “너희는 육체를 따라 판단하나 나는 아무도 판단하지 아니하노라”(요8:15) 말씀하시고, 그 ‘남다른 삶의 동기’에 대해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시며, 나는 항상 그가 기뻐하시는 일을 행한다”(요8:29)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주님 역시 이 세상의 가치관과 다른 삶을 살고 가신 분이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겠다. 가치판단으로 사람을 재단하기 이전에,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심정을 헤아려 주는 여백이 우리가 가져야 할 예수님의 마음이 아닐까?
“미안하네.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했어. 한잔 받고 용서하라고.” 예수의 마음이 아니면 절대로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주님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자만이 죽은 사람만이 한 인간에 대해 이렇게 섬세해질 수 있다. 인간은 이렇게 예수님을 통해서만 순수해질 수 있고, 그렇게 순수해질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를 그리스도인으로 알아보지 않을까?
한석문 목사 | 해운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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