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사순절 제1주 유혹이 나을 찾아올 때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신 26:1-11
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네 가 들어가서 거기에 거주할 때에 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에서 그 토지의 모든 소산의 맏 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가져다가 광주리에 담고 네 하나님 여호와 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3 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 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4 제사장은 네 손에서 그 광주리를 받아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 앞에 놓을 것이며 5 너는 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아뢰기를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애굽에 내려가 거기에서 소수로 거류하였더니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는데 6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히며 우리에게 중노동을 시키므로 7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 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 8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 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9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10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 하고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1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으로 말미암아 너 는 레위인과 너희 가운데에 거류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응송 | 시 91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서신 | 롬 10:8-13
8 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 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9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 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10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 니라 11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 리라 하니 12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 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13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복음 | 눅 4:1-13
1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 십 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2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 이 모든 날에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아 니하시니 날 수가 다하매 주리신지라 3 마귀가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 4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기록된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였느니라 5 마귀가 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서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6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7 그러므로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 8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된 바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9 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 10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하였고 11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시 리라 하였느니라 12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 느니라 13 마귀가 모든 시험을 다 한 후에 얼마 동안 떠나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눅 4:4, 8, 12을 묵상하십시오. 마귀의 유혹이 있을 때마다 예수님의 대처방법은 무엇이었습니까?
② 롬 10:8, 9을 묵상하십시오. 바울은 '말씀'이 우리의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③ 신 26:1-3을 묵상하십시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 신 땅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여호와께 드릴 고백은 어떤 것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유혹이 나를 찾아올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둘째 아들 '이반'이 동생 '알료나'에게 들려준 자신의 서사시 '대심문관' 이야기가 나옵니다.종교재판이 한창 무섭게 진행되던 시기, 이반의 서사시의 무대인 에스파냐의 세비야에서는 당시 대심문관인 추기경이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무섭게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나라 안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장작더미가 불타올랐고, 웅장한 화형대 위에서는 사악한 이단으로 몰린 사람들이 불태워졌습니다. 그곳에 그리스도께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천상의 영광에 휩싸여 동쪽에서 서쪽까지 번득이는 번개처럼 강림하시지 않고, 15세기 전 사람들 사이에서 3년간 돌아다닐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주님은 이단으로 몰린 사람들의 장작더미가 불타오르는 이곳을 방문하고 싶어 오셨는데, 주님이 남방도시의 푹푹 찌는 광장으로 내려오셨을 때, 마침 그 날은 '웅장한 화형대'에서 거의 100명에 육박하는 이단자들이 왕과 궁정대신들, 기사들, 추기경들,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궁정의 부인들과 세비야의 수많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심문관인 추기경에 의해 '주님의 크나큰 영광을 위하며(ad majorem gloriam Dei)' 한꺼번에 화형에 처해진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주님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타났지만, 그런데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민중은 억누를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에게로 향해 가서 그를 에워싸고 뒤를 따랐고, 그 분은 무한한 연민이 담긴 조용한 미소를 지으면서 민중들 사이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에 닿기만 해도 사람들의 병이 치유되었습니다. 그분이 세비야 성당의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을 때, 마침 뚜껑이 열린 어린아이용 하얀 관이 통곡소리와 함께 사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관에는 일곱 살짜리 소녀가 꽃에 파묻혀 누워있었고, 주님은 연민 가득 조용히 입을 열어 '탈리타 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녀는 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미소를 짓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그때 성당 옆 광장으로 지나가던 대심문관이 그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소녀를 살리시는 모습을 관찰하던 대심문관은 회색 얼굴을 찌푸리며 근위대에게 그리스도를 체포하라고 명령합니다. 주님은 비좁고 음울한 아치형 감옥에 갇히고, 그날 밤 짙은 어둠이 깔린 가운데 감옥의 철문이 열리더니 대심문관이 몸소 횃불을 들고 감옥으로 들어옵니다. 주님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던 그가 횃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주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그리스도냐? 정말 그자인 것이냐? 도대체 뭣 하러 우리를 방해하러 온 거냐? 이미 너에 의해 모든 것이 교황에게 전달되었고, 따라서 지금은 모든 것이 교황의 손에 달려 있으니, 너는 이제 오지도 말 것이며, 특정한 시간이 될 때까지는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거다. 너는 '사람은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바로 이 지상의 빵의 이름으로, 지상의 정신이 너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나서 너와 싸워 이길 것이다. 우선 먹여 살려라. 그런 다음에 그들로부터 선(善)을 요구하라! 너는 그들에게 천상의 빵을 약속했지만 영원히 악덕하고, 영원히 배은망덕한 인간 종족의 눈에 과연 지상의 빵에 비길 수 있을까? 나도 한 때 광야에 있었고, 나도 메뚜기와 풀뿌리로 연명했으며, 네가 사람들을 축복해주었던 그 자유를 나도 축복했다. 하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러자 이 광기에 봉사하는 것이 싫어졌어. 나는 돌아와서 너의 위업을 수정한 자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내일 너를 화형에 처하겠다. 내 말은 끝났다. 도스토예프스키/김연경 옮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민음사 471-491쪽
대심문관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예수가 무슨 대답을 해주길 얼마동안 기다립니다. 하지만 예수는 말없이 대심문관에게 다가가 아흔 살 먹은 그 핏기 없는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춥니다. 대심문관인 추기경은 부르르 몸을 떨며 감옥 문을 열고 말합니다. 어서 가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라. 두 번 다시 오지 말란 말이다. 절대로, 절대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495쪽
예수의 입맞춤은 그의 가슴 속에서 불타오르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기의 이념'을 고수합니다. 이 대심문관의 이야기가 단지 소설속의 이야기일까요?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신론자이고 이성주의자인 소설 속 이반의 시선을 빌어 당시 기독교인들을 고발한 것입니다. 대심문관이 그리스도를 냉대한 것은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았을 때, 악마가 제안한 것들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시험은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사탄이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시험이고, 오늘 우리들 각자에게 매일 속삭여지는 시험이기도 합니다. 대심문관의 항변에 따르면 이 세 가지 시험에서 예수께서 악마가 제안한 것들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도 민중들도 당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주일인 오늘, 이제는 우리가 종교적 허영을 벗고 주님 앞에 서야 할 시간입니다. 특별히 지난 성회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칠하고 '사람은 흙으로부터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며' 사순절을 시작한 우리로서, 성서 속 악마의 유혹이 쟁쟁하게 들려오는 이 계절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걸어야 할지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대심문관이 예수께 말했듯이 예수님께서 마귀에게 당하신 유혹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마귀가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 | 눅 4:3
우리 내면엔 너나없이 돌로 떡을 만들기를 원하는 욕망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신 8:3의 말씀을 사탄에게 들려줍니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주님의 이 대답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유혹에 직면했을 때,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신 8:2, 3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명기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가난해지거나 굶주리는 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지켜내며', '주님의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주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때인 동시에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알게 하시는 때'라는 것입니다. 마귀의 두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마귀가 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서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그러므로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 | 눅 4:5-7
이 유혹도 대심문관이 예수님을 몰아세우며 했던 말입니다. "무섭고도 현명한 정신이 너를 사원 꼭대기에 세워놓고 말했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뛰어내리라" 하지만 너는 다 듣고서도 이 제안을 거절했으며, 굴복하여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너야 신처럼 오만하고 훌륭하게 행동했지만, 그러나 사람들, 이 허약한 종족들이 어디 신이더냐"라며, 인간의 나약하고 저급한 본성을 존중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너의 위업을 수정하여 그것을 기적, 신비, 권위의 근거로 삼았다"고 주장합니다. 교회의 타락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말씀으로 물리치신 마귀의 유혹을 본성이 이끄는 대로 수정해서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해석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주님의 말씀을 우리 본성에 편리한 대로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마귀에게 절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마귀에게 절하고 얻은 권세는 우리를 파멸로 이끌고 갈 뿐입니다. 두 번째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무엇입니까?기록된 바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 눅 4:8
우리의 나약하고 저급한 본성에 굴복해서 마귀가 보여주는 권력과 영광에 마음 빼앗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배해야 할 대상, 우리가 섬겨야 할 대상은 마귀가 아닌 오직 하나님뿐임을 주님은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마귀의 세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하였고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시리라 하였느니라 | 눅 4:9-11
여기서 마귀는 놀랍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오늘 응송의 말씀인 시편 91편을 인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곡합니다. 시편 91편은 시인이 하나님의 길을 가기가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토로하는 고백입니다. 전염병, 사냥꾼의 올가미, 낮의 화살, 밤의 공포 등이 하나님의 길을 가는 시인을 위협합니다(시 91:3, 5). 그런 시인을 향해 하나님은 이렇게 위로하십니다.화가 네게 미치지 못하며 재앙이 네 장막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니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천사들을 명령하사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너를 붙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아니하게 하리로다 | 시 91:10-12
그런데 마귀는 이 말씀을 왜곡해서 "하나님이 너를 위해 사자들에게 명령하셔서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실 것이니 너는 마음 놓고 성전에서 뛰어내리라"며 인간에게 흔한 영웅 심리를 부추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을 봐야 합니다.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 눅 4:12
주님의 뜻은 단호하십니다. 내심 불의한 권력을 추구하며 그럼에도 하나님이 나를 보호하시는지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대심문관은 주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정확히 8세기 전에 우리는 네가 격노하며 마귀에게서 거부했던 것, 그가 지상의 모든 왕국을 너에게 보여주며 너에게 제안했던 마지막 선물을 취했다. 그에게서 로마와 카이사르의 검을 거머쥐었고, 그것을 거머쥠으로서 너를 거부하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485쪽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혹 앞에서 대심문관처럼 '말씀'보다 '카이사르의 검'을 더 선호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으로만 전부를 삼은 삶이었기에 '하나님 말씀으로' 이 유혹을 이겨내실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서신서의 말씀에서 사도 바울도 우리에게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전합니다.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 롬 10:8
이 말씀은 신 30:14의 말씀을 사도 바울이 인용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과거 조상들의 입과 마음에 있을 때, 그들이 비로소 율법을 실천할 수 있었듯이, 너희도 말씀이 입과 마음에 있을 때, 비로소 믿음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이렇게 신 30:14의 말씀을 인용한 것은 '입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는' 유대교 신앙을 바울이 그대로 인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말씀이 여러분의 입에 있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가슴에 내려 마음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신앙은 관념에 빠지지 않고 삶속에서 실천하는 살아있는 신앙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사도 바울도 훗날에는 유대교와 선을 긋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울이 볼 때 유대교의 율법 신앙이 어느 시점부터 말씀을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점점 말씀으로서의 율법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으로서의 율법을 고수하려 애썼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통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율법을 통해 사람의 의를 드러내고 그 의를 과시하는데 골몰했습니다. 바울이 볼 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율법을 향한 그들의 열심이 '말씀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롬 10:2에서 바울이 그렇게 말씀합니다. "그들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니라"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열심은 말씀이 아닌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유혹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말씀이 동기가 되지 않은 열심은 대심문관처럼 사탄의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오늘 말씀에서 그 사실을 직시하게 합니다.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 롬 10:9
대심문관은 왜 그렇게 타락한 성직자가 되고 말았을까요? 말씀을 입에도 마음에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말씀보다 중요한 건 추기경 직위였습니다. 그 결과 그는 예수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오히려 예수를 질투해 가두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바울이 강조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마음으로'도 예수를 주로 믿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바울은 구약을 인용해 말씀해 줍니다.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 롬 10:11
이 말씀은 사 28:16의 말씀입니다. 그리고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 롬 10:13
이 말씀은 욜 2:32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세속의 집요한 유혹과 시험 앞에서도 하나님 자녀로서 분수를 저버리지 않고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고' '마음으로 믿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구원을 받으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유혹을 이기셨듯이, 바울이 구약의 말씀을 인용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이끌 듯이, 우리 역시 말씀을 입과 마음에 둠으로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구약의 말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 신 26:3
여기에서 '그 때'라는 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들어가서 '거기 거주할 때'와 '첫 열매를 거둘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그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 자녀로서의 분수를 저버리지 말고 '그 땅'과 '그 열매'를 주신 분,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아흔 살의 대심문관은 자기가 건설한 지상낙원의 실체를 털어놓습니다.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자유를 누릴 자격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자유를 반납 받고, 대신 빵을 제공함으로써, 즉 악마가 그리스도 유혹에 제시했던 '신비', '기적', '권위'를 기치로 내걺으로서 그들을 행복하고도 온순한 양떼로 만들었다." 그것이 대심문관이 건설한 지상낙원의 실체였습니다. 대심문관의 기나 긴 고백이 끝났을 때, 그리스도는 그의 핏기 없는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춥니다. 그는 완고하게 자기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자기만의 이념을 고수하고 있지만, 주님은 그에게 입맞춤을 하심으로서 그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삶의 논리'에는 단호히 맞서십니다.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악마는 대심문관의 논리로 우리를 유혹하며 자유 대신 빵과 기적과 권력을 가지라 하지만,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며'그리스도의 입맞춤' 즉 '단호한 결단'과 '사랑의 실천'을 지속해 나가야 합니다. 조용히 그리스도께 마음을 드리고 주님과 함께 걷는 사순절 여정을 통해 유혹 앞에서 더 빛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아름답게 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Exercitatio
① 유혹 앞에서 내 이념이나 내 의지로 모면하려 하지 않는가?
② 말씀을 충실히 묵상하며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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