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성령강림 후 제8주 나를 춤추게 하는 것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구약 | 삼하 6:1-5, 12-23
1 다윗이 이스라엘에서 뽑은 무리 삼만 명을 다시 모으고 2 다윗이 일어나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바알레유다로 가서 거기서 하나님의 궤를 메어 오려 하니 그 궤는 그룹들 사이에 좌정하신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라 3 그들이 하나님의 궤를 새 수레에 싣고 산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 서 나오는데 아비나답의 아들 웃사와 아효가 그 새 수레를 모니라 4 그들이 산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서 하나님의 궤를 싣고 나올 때 에 아효는 궤 앞에서 가고 5 다윗과 이스라엘 온 족속은 잣나무로 만든 여러 가지 악기와 수금 과 비파와 소고와 양금과 제금으로 여호와 앞에서 연주하더라 12 ○어떤 사람이 다윗 왕에게 아뢰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나님의 궤 로 말미암아 오벧에돔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에 복을 주셨다 한지 라 다윗이 가서 하나님의 궤를 기쁨으로 메고 오벧에돔의 집에서 다윗 성으로 올라갈새 13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가매 다윗이 소와 살진 송아지로 제사를 드리고 14 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그 때에 다윗이 베 에봇을 입었더라 15 다윗과 온 이스라엘 족속이 즐거이 환호하며 나팔을 불고 여호와의 궤를 메어오니라 16 ○여호와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에 사울의 딸 미갈이 창으로 내다보다가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것을 보고 심중에 그를 업신여기니라 17 여호와의 궤를 메고 들어가서 다윗이 그것을 위하여 친 장막 가운 데 그 준비한 자리에 그것을 두매 다윗이 번제와 화목제를 여호와 앞에 드리니라 18 다윗이 번제와 화목제 드리기를 마치고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백성에게 축복하고 19 모든 백성 곧 온 이스라엘 무리에게 남녀를 막론하고 떡 한 개와 고기 한 조각과 건포도 떡 한 덩이씩 나누어 주매 모든 백성이 각 기 집으로 돌아가니라 20 ○다윗이 자기의 가족에게 축복하러 돌아오매 사울의 딸 미갈이 나와서 다윗을 맞으며 이르되 이스라엘 왕이 오늘 어떻게 영화로우 신지 방탕한 자가 염치없이 자기의 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오늘 그 의 신복의 계집종의 눈앞에서 몸을 드러내셨도다 하니 21 다윗이 미갈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 앞에서 한 것이니라 그가 네 아버지와 그의 온 집을 버리시고 나를 택하사 나를 여호와의 백성 이스라엘의 주권자로 삼으셨으니 내가 여호와 앞에서 뛰놀리라 22 내가 이보다 더 낮아져서 스스로 천하게 보일지라도 네가 말한바 계집종에게는 내가 높임을 받으리라 한지라 23 그러므로 사울의 딸 미갈이 죽는 날까지 그에게 자식이 없으니라
응송 | 시 24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 인가 곧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에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로다
서신 | 엡 1:3-12
3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 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4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5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 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6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 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7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 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8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9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 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10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11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12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복음 | 막 6:14-28
14 이에 예수의 이름이 드러난지라 헤롯왕이 듣고 이르되 이는 세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도다 그러므로 이런 능력이 그 속 에서 일어나느니라 하고 15 어떤 이는 그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는 그가 선지자니 옛 선 지자 중의 하나와 같다 하되 16 헤롯은 듣고 이르되 내가 목 벤 요한 그가 살아났다 하더라 17 전에 헤롯이 자기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에게 장가 든 고로 이 여자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잡아 옥에 가두었으니 18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동생의 아내를 취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19 헤로디아가 요한을 원수로 여겨 죽이고자 하였으되 하지 못한 것은 20 헤롯이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두려워하여 보호하며 또 그의 말을 들을 때에 크게 번민을 하면서도 달갑게 들음이러라 21 마침 기회가 좋은 날이 왔으니 곧 헤롯이 자기 생일에 대신들과 천 부장들과 갈릴리의 귀인들로 더불어 잔치할새 22 헤로디아의 딸이 친히 들어와 춤을 추어 헤롯과 그와 함께 앉은 자들을 기쁘게 한지라 왕이 그 소녀에게 이르되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것을 내게 구하라 내가 주리라 하고 23 또 맹세하기를 무엇이든지 네가 내게 구하면 내 나라의 절반까지 라도 주리라 하거늘 24 그가 나가서 그 어머니에게 말하되 내가 무엇을 구하리이까 그 어 머니가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구하라 하니 25 그가 곧 왕에게 급히 들어가 구하여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얹어 곧 내게 주기를 원하옵나이다 하니 26 왕이 심히 근심하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그 앉은 자들로 인하여 그를 거절할 수 없는지라 27 왕이 곧 시위병 하나를 보내어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 명하니 그 사람이 나가 옥에서 요한을 목 베어 28 그 머리를 소반에 얹어다가 소녀에게 주니 소녀가 이것을 그 어머 니에게 주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삼하 6:14, 20을 묵상하십시오.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 다윗과 그것을 힐난하는 미갈의 모습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가?
③ 엡 1:3-4을 묵상하십시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 한 모든 신령한 복'을 주시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③ 막 6:17-20, 22-26을 묵상하십시오. 헤롯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과 그 아내 헤로디아가 가슴에 품고 딸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나를 춤추게 하는 것
성 어거스틴(St. Augustin)은 신앙심이 좋은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자랐지만, 자기 인생의 한 때는 어머니의 기대와 달리 하나님을 외면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마니교에 매료되어 10년이나 거짓 교리에 맹종하기도 했고, 죄 짓지 않고 순결하게 사는 것이 비겁한 행동으로 느껴져 허풍을 떨며 자신의 추행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 43세가 되고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한지 10여 년이 지났을 때, 마침내 고백록(The Confessions)을 집필하게 됩니다. 한 인간의 진실하고 처절한 자기고백서인 '고백록'은 수많은 지성인을 하나님 앞에 무릎 꿇도록 했습니다. 그의 고백록에는 욕망의 찌꺼기로 우정의 흐름을 더럽혔던 자신의 17-19세 시절에 대한 고백도 있고, 마니교에 심취해 스스로를 어지럽게 했던, 19-28세 시절의 고백도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 영혼을 구원으로 이끄신 분은, 자신의 피난처요 분깃이 되시는 하나님이셨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회심은 지적(知的) 회심이었습니다. 차가운 학문은 자신을 진창 속에 붙잡아 두고 있었지만, 성경은 자신을 온유한 자로 새롭게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성경에는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시는 주님 손길이 있었고, 성경을 통해 자신은 자기만족과 겸손한 고백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전에는 음란과 욕망의 포로가 되어 살던 자신이 지금은 성경에 마음 주고,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며, 본향으로 가는 길을 찾는 삶을 산다고 행복해 합니다.오늘 우리는 무엇에 마음 주고 살아가는 것인지,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을 찾는 삶을 살아가는지 스스로 성찰해 봐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과거가 회개되고 청산되었을 때만, 우리는 새로운 가치에 마음을 주게 되고 이전의 나와 구별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늘 구약성경은 다윗을 보여줍니다. 다윗은 헤브론에서 7년여 동안 머물다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뒤에 도읍지를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천도(遷都)를 단행합니다. 예루살렘은 지정학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하나는 천혜의 요새라서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 쉽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나안의 중심에 있어서 이스라엘 남쪽과 북쪽의 지파들을 통치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다윗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한 터라서 그의 왕조는 점점 힘을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의 다윗에 대해 성경은 의미심장한 해석을 부여합니다.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함께 계시니 다윗이 점점 강성하여 가니라"(삼하 5:10). 그는 아버지 이새에게조차 배제된 존재로 '하가탄(הקטן)' 즉 '가장 작은 자'였고, '양을 지키는 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러나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함께 계시니 한 나라의 왕으로서 점점 강성하여 간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두로 왕 히람이 다윗에게 사절단과 백향목과 목수와 석수를 보내 다윗을 위해 궁을 지어줍니다(왕하 5:11). 화친의 뜻으로 다윗 궁을 지어준 것인데, 그만큼 다윗의 강성함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그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오늘 말씀을 보면 다윗의 이어지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윗이 이스라엘에서 뽑은 무리 삼만 명을 다시 모으고 다윗이 일어나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바알레유다로 가서 거기서 하나님의 궤를 메어 오려 하니 그 궤는 그룹들 사이에 좌정하신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라 | 삼하 6:1, 2
이스라엘 왕으로서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다윗은 다음으로 종교적 정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80년 동안 바알레유다 에 방치되어 있던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와, 수도 예루살렘을 종교적 성지(聖地)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다윗의 이러한 행동은 정략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 여전히 사울을 추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북부 지방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동이라 하겠습니다. 히 9:4에 의하면 언약궤 안에는 만나를 담은 금 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 그리고 십계명 돌판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그 언약궤를 다윗성에 모셔두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백성을 통치한다면 정통성 시비를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언약궤를 다윗성에 모시려는 다윗의 행동을 신앙적 관점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강력한 하나님 나라 즉 신정국가를 세우려는 열망에 가득 찬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윗은 이스라엘 중심부인 다윗성에 '하나님의 보좌(寶座)'인 언약궤를 모심으로써 하나님께서 이 나라의 통치자이심을 온 백성에게 선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종교적 영역에서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면모가 갖추어지기를 열망하는 것입니다. 어떤 해석이 더 다윗의 마음에 가까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다윗은 마침내 하나님의 궤를 싣고 나옵니다. 그런데 그 행렬이 우리를 감동하게 합니다.그들이 산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서 하나님의 궤를 싣고 나올 때에 아효는 궤 앞에서 가고 다윗과 이스라엘 온 족속은 잣나무로 만든 여러 가지 악기와 수금과 비파와 소고와 양금과 제금으로 여호와 앞에서 연주하더라 | 삼하 6:4, 5
하나님의 궤가 앞에서 가는데 다윗을 비롯해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갖가지 악기를 손에 들고 연주합니다. 수금은 히브리어로 '킨노르(דונכ)'라고 하는데, 6개 - 8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현악기입니다. 신약성경에서는 거문고로 불리기도 합니다(고전 14:7;계 5:8). 비파는 하프의 일종으로 역사서(삼상 10:5;왕상 10:12)와 시편(시 33:2;57:8;92:1)에서 자주 언급되는 악기입니다. 양금은 박자를 맞추거나 흥을 돋우는 탬버린의 일종이고, 제금은 심벌즈 혹은 캐스터네츠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갖가지 악기를 들고 '여호와 앞에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2세기의 교부인 오리게네스는 '심포니(symphony)'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심포니라는 낱말은 악사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내는 소리들을 지칭합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교향곡' 즉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여러 악장으로 된 소나타 형식의 악곡을 뜻하는데, 오리게네스의 해석에 따르면 '여호와 앞에서' 다윗과 이스라엘 온 족속이 조화를 이루어 찬미하는 이 광경 자체가 심포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장면은 사람들이 각자 악기로 조화로운 소리를 내며 하나님께로 마음을 모으고 있는 순간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이것이 심포니인 근거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예로 듭니다. 마 18:19절은 이렇습니다.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합심(合心)'이란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으는 것입니다. 각각의 악기가 조화를 이루듯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그 '심포니'를 기쁘게 여기셔서 응답해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눅 15:25에 보면 "맏아들은 밭에 있다가 돌아와 집에 가까이 왔을 때에 풍악과 춤추는 소리를 듣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잃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회개하고 돌아와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니 집 안에서 '풍악과 춤추는 소리'가 '심포니'로 울려나왔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여호와 앞에서' 연주되고 있는 잣나무로 만든 악기들과 수금과 비파와 소고와 양금, 그리고 제금으로 만든 악기 소리들은 하나님과 다윗 사이에, 그리고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화해와 일치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심포니인 것입니다. 나곤의 타작마당에 이르러서 소들이 뛰는 바람에 웃사라는 사람이 그만 하나님의 궤를 붙들었다가 죽고 마는(삼하 6:6) 사태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다윗은 사태를 잘 추스르고 마침내 하나님의 궤를 다윗 성으로 모셔옵니다. 그런데 이때 다윗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다윗이 가서 하나님의 궤를 기쁨으로 메고 오벧에돔의 집에서 다윗 성으로 올라갈 새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가매 다윗이 소와 살진 송아지로 제사를 드리고 | 삼하 6:12b-13
다윗이 최선의 예를 다해 여호와의 궤를 모시는데, 사무엘서 저자는 그의 얼굴에서 감추어지지 않는 기쁨의 표정을 발굴해 냅니다.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걸은 후에 아무 일이 없는 것을 보고 다윗은 하나님의 허락을 읽어내고 기쁨 가운데 제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을 보십시오.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그 때에 다윗이 베 에봇을 입었더라 | 삼하 6:14
성경은 그가 '힘을 다하여' 춤을 추었다고 증언합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고 넘치는 그의 감격이 고대와 현대라는 시간까지 거슬러 느껴집니다. 더욱이 그는 지금 위풍당당한 왕복이 아닌 베로 만든 에봇을 입고 있습니다. 이 옷은 본래 제사장이 직무를 수행할 때 입는 옷깃은 엉덩이까지만 내려오고, 소매는 없는 옷인데, 그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종으로 여겨 베 에봇을 입은 것입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한 나라의 왕으로서의 권세나 체통 같은 것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언약궤를 마침내 자기 성에 모셔 들이고 있는 감격이 그로 하여금 이렇게 춤을 추게 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를 춤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토리노의 막시무스는 언약궤를 맞이하는 다윗의 기쁨이 춤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 마리아가 장차 그녀가 낳을 그리스도를 잉태하고 기쁨의 찬가(눅 1:46-55)를 부른 것에 비유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내 안에 찾아오신 그리스도로 인해 마리아처럼 찬가를 불러야 할 것이며 다윗처럼 춤을 추어야 할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신랑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을 찾아오신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요 3:29). 그리스도께서 나를 찾아와 나를 취하셔서 그리스도와 내가 결합된 기쁨, 이것보다 더 우리를 춤추게 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말씀 보십시오.여호와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에 사울의 딸 미갈이 창으로 내다보다가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것을 보고 심중에 그를 업신여기니라 | 요 3:16
여기에서 저자는 미갈을 다윗의 아내로 소개하지 않고 사울의 딸로 소개합니다. 그녀가 '다윗의 아내'로서 '신앙인의 기쁨'으로 살기보다는 '사울의 딸'로서 '권력의 기쁨'으로 살기 원했다는 뜻입니다. 여전히 그녀에게 소중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찬미와 춤이 아니라 궁궐에 맞는 우아한 겉옷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남편의 내면의 기쁨을 보지 못하고, 드러난 행동만을 경거망동으로 여겨 경멸을 드러냅니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으로서 체통이 참 볼만하더군요. 건달처럼 신하들의 여편네들 보는 앞에서 몸을 온통 드러내시다니"(삼하 6:20 공동번역) 라며 미갈이 비난할 때, 다윗이 한 말은 사뭇 감동적입니다.그렇소. 내가 주 앞에서 그렇게 춤을 추었소. 주께서는, 그대의 아버지와 그의 온 집안이 있는데도, 그들을 마다하시고, 나를 뽑으셔서,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통치자로 세워 주셨소. 그러니 나는 주를 찬양할 수밖에 없소. 나는 언제나 주 앞에서 기뻐하며 뛸 것이오. 내가 스스로를 보아도 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주님을 찬양하는 일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낮아지고 싶소. 그래도 그대가 말한 그 여자들은 나를 더욱더 존경할 것이오 | 삼하 6:21, 22 표준 새 번역
여기서 다윗이 거듭 강조하는 말은 '주 앞에서'입니다. 지금까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왕권이었다면, 지금부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주 앞에서'였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꿈에도 탐(貪)하던 것을 놓아버리고 하나님 때문에 춤추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시는 기쁨은 이 땅에서 왕복을 입고 사는 기쁨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서의 말씀에는 왕으로서 권력의 맛에 한껏 취해 있는 헤롯의 모습이 보입니다.전에 헤롯이 자기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에게 장가 든 고로 이 여자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잡아 옥에 가두었으니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동생의 아내를 취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 막 6:17, 18
헤롯 대왕이 죽은 후 세 명의 아들이 각각 분할된 지역의 왕이 되었는데, 그들을 분봉 왕이라고 합니다. 예수님 당시 갈릴리 지역을 다스린 분봉 왕은 헤롯 안티파스입니다. 누가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이렇게 보도합니다.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Herod Antipas)이 갈릴리 분봉 왕으로, 그 동생 (헤롯)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 있을 때"(눅 3:1, 2). 복음서 저자들이 헤롯 안티파스를 다루는 이유는 그가 세례 요한을 죽인 장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세례 요한을 죽인 이유가 참으로 괴이합니다.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하고 이복동생 빌립의 아내인 헤로디아와 재혼합니다. 헤롯 왕가의 공주였던 헤로디아는 빌립 왕과 이혼한 후 딸 살로메를 데리고 시숙인 헤롯 안티파스와 재혼합니다. 복음서에서 헤로디아는 전형적인 요부형 여자(Femme fatale)로 그려집니다. 헤롯이 자기 생일에 갈릴리의 귀인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들어와 춤을 추었습니다(막 6:21). 기분이 좋아진 헤롯이 "네 소원을 내가 들어주마"(막 6:22)라고 약속하자 딸이 어머니에게 "내가 무엇을 구하리이까"(막 6:24a) 라고 의논합니다. 이때 헤로디아가 딸에게 하는 말이 우리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구하라"(막 6:24)는 것이었습니다. 섬뜩하고 괴이한 요구였지만 헤롯은 이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감옥으로 군인을 보내 요한의 목을 베어 소반에 얹어 딸에게 줍니다(막 6:26-28). 이 엽기적인 사건을 마가는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다윗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 '하나님의 궤'였다면, 헤롯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건 욕정과 복수였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궤로 인해'(삼하 6:13-14) 춤추는 사람이었다면, 헤롯은 '여자를 위하여'(막 6:17) 춤추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징역살이하던 방에 가을에 사서 걸어두었던 마늘을 이듬해 봄에 껍질을 벗기며 느낀 것을 적어둔 글이 있습니다.마늘 한 통 여섯 쪽의 겨울을 넘긴 모습이 가지가지입니다. 썩어 문드러져 냄새가 나는 놈, 저 하나만 썩는 게 아니라 옆의 쪽까지 썩게 하는 놈이 있으며, 새들새들 시들었지만 썩기만은 완강히 거부하고 그나마 매운 맛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놈도 있으며, 폭싹 썩어져 버린 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늘 본연의 생김새와 매운 맛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흐뭇하게 하는 것은 그 속에서 싹을 키우고 있는 놈입니다. 교도소의 천장 구석에 매달려 그 긴 겨울을 겪으면서도 새싹을 키운 그 생명의 강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록빛 새싹을 입에 물고 있는 작은 마늘 한 쪽, 거기에 담긴 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88) 365쪽
길고 냉혹한 겨울을 겪어낸 과정에서 마늘 여섯 쪽이 보인 모습은 각각 다릅니다. 저만 썩는 게 아니라, 옆의 쪽까지 썩게 하는 놈도 있고, 그나마 매운 맛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놈이 있는가 하면, 마늘 본연의 생김새와 매운 맛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싹을 키우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저 마늘 여섯 쪽 쭝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는 모습도 춤을 추는 이유도 각각 다르겠습니다. 하나님을 모신 것이 기뻐서 춤추는 삶도 있고, 사람의 목을 위해 춤추는 삶도 있습니다(막 6:22-25). 그리고 내가 춤추는 이유에 따라 나는 세상을 썩게 하는 존재일 수도 있고, 생명의 싹을 틔우는 존재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도 바울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정말 주시고 싶어 하시는 복은 '영적인 복'입니다. 오늘 서신서의 말씀을 보십시오.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셨습니다. | 엡 1:3 공동번역
영적인 복이란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춤추는 삶'입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고 창조 이전부터 이미 우리를 뽑아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는 자가 되게 하셔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하셨습니다(엡 1:4). 하나님의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가 춤추는 이유는 달라질 것이며, 그리스도인 본연의 생김새와 맛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엄혹한 세상 가운데서 생명의 싹을 틔우는 복된 존재가 될 것입니다.■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Exercitatio
① 내가 춤추는 이유가 세속의 것들로 채워지고 있지 않은가?
②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 때문에 춤추는 삶이 이어지고 있는가?
번호 | 다운로드 | 제목 | Language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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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마지막 주(종려주일) 경청이 순종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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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4.12 |
431 | 다운로드 |
사순절 제5주 유다의 욕망과 마리아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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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4.05 |
430 | 다운로드 |
사순절 제4주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 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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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4.01 |
429 | 다운로드 |
사순절 제3주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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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3.22 |
428 | 다운로드 |
사순절 제1주 유혹이 나을 찾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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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3.08 |
427 | 다운로드 |
주현 후 마지막 주 하나님의 빛으로 이루는 파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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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3.01 |
426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7주 상한 감정에 직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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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2.22 |
425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6주 마음을 가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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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2.15 |
424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5주 하나님과 마주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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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2.15 |
423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4주 영적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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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2.01 |
422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3주 말씀, 내 존재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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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1.27 |
421 | 다운로드 |
주현 후 제2주 첫 표적을 행하여 영광을 나타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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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 202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