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사순절 제6주 십자가, 참된 거룩의 길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구약 | 사 50:4-9a
4 주 여호와께서 학자들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고한 자를 말로 어 떻게 도와 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 우치사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 5 주 여호와께서 나의 귀를 여셨으므로 내가 거역하지도 아니하며 뒤 로 물러가지도 아니하며 6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내 등을 맡기며 나의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나의 뺨을 맡기며 모욕과 침 뱉음을 당하여도 내 얼굴을 가리지 아 니하였느니라 7 주 여호와께서 나를 도우시므로 내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내 얼 굴을 부싯돌 같이 굳게 하였으므로 내가 수치를 당하지 아니할 줄 아노라 8 나를 의롭다 하시는 이가 가까이 계시니 나와 다툴 자가 누구냐 나 와 함께 설지어다 나의 대적이 누구냐 내게 가까이 나아올지어다 9 보라 주 여호와께서 나를 도우시리니 나를 정죄할 자 누구냐
응송 | 시 31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 사 나를 붙드소서
서신 | 빌 2:5-11
5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 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을 주사 10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 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복음 | 막 15:1-39, 47
1 새벽에 대제사장들이 즉시 장로들과 서기관들 곧 온 공회와 더불어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주니 2 빌라도가 묻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 말이 옳도다 하시매 3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고발하는지라 4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 5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라도가 놀 랍게 여기더라 6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요구하는 대로 죄수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7 민란을 꾸미고 그 민란 중에 살인하고 체포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 는 자가 있는지라 8 무리가 나아가서 전례대로 하여 주기를 요구한대 9 빌라도가 대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 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 10 이는 그가 대제사장들이 시기로 예수를 넘겨 준 줄 앎이러라 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 12 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13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14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니 더욱 소 리 지르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15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16 ○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는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 17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 18 경례하여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19 갈대로 그의 머리를 치며 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20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 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21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 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22 예수를 끌고 골고다라 하는 곳(번역하면 해골의 곳)에 이르러 23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 받지 아니하시니라 24 십자가에 못 박고 그 옷을 나눌새 누가 어느 것을 가질까 하여 제 비를 뽑더라 25 때가 제삼시가 되어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 26 그 위에 있는 죄패에 유대인의 왕이라 썼고 27 강도 둘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으니 하나는 그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28. (없음) 29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아 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30 네가 너를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고 3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함께 희롱하며 서로 말하되 그 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 33 ○제육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더니 34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 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35 곁에 섰던 자 중 어떤 이들이 듣고 이르되 보라 엘리야를 부른다 하고 36 한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고 이르되 가만 두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보자 하더라 37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38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39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47 막달라 마리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 둔 곳을 보더라
■ 묵상 | meditatio
① 사 50:6-9을 묵상하십시오. 고통과 조롱을 주는 자들 앞에서 끝까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사야의 힘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까?
② 막 15:29-30을 묵상하십시오. 자기 머리를 흔들며 "네가 너를 구원 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라는 모욕과 조롱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③ 빌 2:5-8을 묵상하십시오. 우리 안에 품어야 할 예수님의 마음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마음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십자가, 참된 거룩의 길
사순절 여섯째 주일인 오늘 이 땅의 교회들은 마침내 종려주일을 맞이했고, 고난주간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 성주간(聖週間)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는 한 해의 교회력 중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시간입니다. 이 성주간 동안 우리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의 소망을 더 간절히 갖게 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 여섯째 주일이면 저녁기도 시간에 이렇게 서로 격려했습니다.
거룩한 대 사순절의 여섯 번째 주간을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면서, 신자들이여, 주님께 찬양의 노래를 불러드립시다. 주님은 죽음을 멸하시기 위해 그 신성의 권능과 영광 안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나니, 그러므로 온 세상의 창조주께 호산나를 외치기 위해 승리의 상징인 나뭇가지를 준비합시다.
그리고 성금요일이 밝아오면 아침기도 시간에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많은 유대인들이 오늘, 나사로의 자매들을 만나 위로해주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베다니로 왔도다. 그러나 내일이면 나사로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해 무덤에서 나올 것이다.
이 노래를 통해 신자들은 그리스도께서 오늘은 친구 나사로의 죽음을 통해서, 내일은 자기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과 조우(遭遇)할 것을 찬미했습니다. 그렇듯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수난주간이 오면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면서, 내일의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주간의 기도와 예배를 통해 기념되는데, 죽음이 마침내 생명과 조우하는 벅찬 순간이 찬미를 통해 고백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성금요일의 아침기도는 다음의 기도로서 끝을 맺습니다.사람의 친구이신 주님이시여, 사십일의 마지막에 도달한 우리는 당신께 간구하나이다. 우리가 당신 수난의 거룩한 주간을 보게 하소서. 당신의 높으신 행적과 당신의 형언할 수 없는 구원의 업적에 영광 돌리며 한 목소리로 찬미하게 하소서. 주여 당신께 영광 돌리나이다.
우리는 이 수난주간과 성금요일의 기도와 찬미를 보면서 죽음으로서만 필 수 있는 생명의 신비에 감동하게 됩니다. 죽음 뒤에 찾아오는 이 부활생명의 은총이 아니라면 현재 내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 모릅니다. 이 놀라운 은총을 몸으로 체감하지 못한다면 죽음은 죽음대로, 부활은 부활대로 한낱 이론의 영역에서 '학습'되고 말 것입니다. 박노해 시인이 '나무가 그랬다'에서 표현한 것처럼,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가고, 뿌리까지 흔들며 지나가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수난과 죽음을 예수님은 당신에게 다가온 시간 안에서 고스란히 견디고, 고스란히 겪으셨기에 마침내 무덤 속에서 꽃피워낸 부활은 이론이 아닌 실제로 체감되는 것이고, 그야말로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으로 고백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겪으실 수난과 죽음은 이미 구약시대 때부터 예언되어 온 것인데, 오늘 구약의 말씀이 포함된 제2 이사야에는 '고난당하는 종의 노래'가 네 번 나타납니다. 사 42:1-4, 사 49:1-6, 사 50:4-11, 사 52:13-53:12입니다. 오늘 말씀은 그 중에서 세 번째 노래로 '신뢰의 노래(A Psalm of Confidence)'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구약 예언서의 권위자인 '마빈 스위니(Marvin A. Sweeney)'는 이 노래를 또 다시 세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사 50:4절은 여호와께서 혀와 귀를 깨우치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노래하고, 5-7절은 여호와께서 귀를 열어주셨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8절은 여호와가 주신 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줍니다. 먼저 신뢰의 노래의 첫 번째 부분을 보겠습니다.주 여호와께서 학자들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고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 | 사 50:4
이 말씀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고난당하는 종에게 학자의 혀를 주셔서, 곤고한 사람을 말로서 격려할 수 있게 하셨고, 아침마다 귀를 깨우쳐주셔서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셨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학자'는 히브리어 '림무드(דומל)'로 스승과의 교류를 통해 배우는 제자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고난당하는 종은 일차적으로는 이사야 자신인데, 그의 특징은 순종적이고 신실하며, 깊은 곤경 속에서도 아침마다 하나님께서 깨우쳐주시는 말씀을 알아듣고, 곤고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주 여호와께서 나의 귀를 여셨으므로 내가 거역하지도 아니하며 뒤로 물러가지도 아니하며 | 사 50:5
하나님께서 아침마다 "나의 귀를 깨우치시고", "나의 귀를 여셨다"라는 고백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하나님 말씀을 경청했던 사람인지, 그리고 들려오는 말씀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힘은 '들을 귀'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하나님의 종이란 '들을 귀'가 열린 사람입니다. 아침마다 귀를 열고 하나님 말씀을 경청했기 때문에, 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욕과 수치를 당하고 협박을 당하면서도 말씀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사야는 하나님으로부터 신탁을 받아 왕과 백성들에게 전해주는 선지자였습니다. 그런데 선지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 시대에도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왕과 백성들이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날 때마다 선지자들이 나서서 책망하고 경고해야 했습니다. 이런 책망들을 듣기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왕과 귀족들은 선지자들을 예의주시했고, 때로는 신체적 위협과 협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사야에게 모욕과 협박을 가한 이유는 이사야가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사야의 발언 중 그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바벨론이 곧 심판을 받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사 47장은 바벨론의 심판에 대한 설교입니다. 1절-3절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바벨론을 다리와 속살을 드러내고 수치를 당하는 처녀로 묘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심판하시는데, 그렇게 수치를 당하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47장만이 아니라 이사야 선지자는 이 발언을 수차례나 반복했습니다. 그러니 바벨론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그 나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들은 이사야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모욕과 협박을 넘어 육체에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내 등을 맡기며 나의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나의 뺨을 맡기며 모욕과 침 뱉음을 당하여도 내 얼굴을 가리지 아니하였느니라 | 사 50:6
여기서 종에게 가해진 폭력은 세 가지입니다. 등을 때리는 것은 일종의 태형(笞刑)으로 '육체'에 고통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수염을 뽑는 것은 '마음'에 수치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은 그의 '영혼'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사야의 수염을 뽑고 침을 뱉으며, 모욕을 주는가 하면 목숨까지 위협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사야는 말씀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귀를 열어 듣게 하셨고, 하나님 주신 혀로 전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고백합니다.주 여호와께서 나를 도우시므로 내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내 얼굴을 부싯돌 같이 굳게 하였으므로 내가 수치를 당하지 아니할 줄 아노라 | 사 50:7
나를 의롭다 하시는 이가 가까이 계시니 나와 다툴 자가 누구냐 나와 함께 설지어다 | 사 50:8
보라 주 여호와께서 나를 도우시리니 나를 정죄할 자 누구냐 | 사 50:9
이사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가 이를 악물고 학대를 견딘 것이 아닙니다. 복수를 다짐하며 조롱을 견딘 것이 아닙니다. 그의 힘은 자기 가까이에 계시며 도우시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모진 폭력을 견뎌내며, 하나님께서 주신 혀로 외쳐야 할 말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 의해 질적으로 진보되어 가는 것입니다. 먼 훗날 복음서 기자들은 '고난당하는 종의 노래'를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암시로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복음서의 말씀에 바로 그 '고난당하는 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옵니다.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니 더욱 소리 지르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 막 15:12-15
예수를 죽이려는 계획들은 어둠 속에서 진행되었고, 예수는 체포되어 산헤드린 공회로, 빌라도 법정으로 끌려 다니십니다. 예수님은 여러 가지 고발에 침묵으로 일관하셨고, 빌라도는 그의 결백을 알면서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줍니다. 주님은 로마 군인들에게 넘겨져서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당하십니다. 군인들은 총독 공관에 있는 뜰로 예수님을 끌고 가서 전 부대원을 집합시켜 놓고(막 15:16), 그들 앞에서 예수님께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면서 경례합니다(막 15:17, 18). 또 갈대로 머리를 치고 침을 뱉으며 무릎을 꿇고 절하며 희롱합니다(막 15:19). 그렇게 희롱을 다 한 후에는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예수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갑니다(막 15:20). 제 삼시, 우리 시간으로 금요일 아침 9시경 십자가에 못 박는 사형이 집행됩니다(막 15:25). 십자가 위에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 패가 붙고, 강도 둘이 주님과 함께 사형을 당합니다(막 15:26, 27). 마가는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보면서 '자기 머리를 흔들었다'고 증언합니다(막 15:29). 시편 22편에 의하면 '머리를 흔드는 행동'은 적대자에 대한 조롱의 몸짓입니다.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네가 너를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 막 15:29, 30
이 조롱은 주님께서 광야에서 시험받으실 때, 마귀가 했던 시험의 연장입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도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막 15:31) 라고 주님을 희롱합니다. 주님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두 강도마저 주님을 욕합니다.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 | 막 15:32
십자가 아래에서 조롱과 욕과 비웃음을 보이는 저 냉소적인 모습이 혹시 내 모습은 아닐까요? 이해와 연민보다, 판단과 비판에 익숙하고 비웃음과 냉소에 익숙한 내 모습 말입니다. 주님은 바로 그 비웃음과 냉소에 휩싸여서 생의 가장 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없이 십자가를 감내하십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지혜로는 이 십자가를 절대로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무력함이요 패배입니다. 수치요 손실이요 좌절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십자가를 바라본다면 십자가는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저 십자가의 현장에서 인간의 야만성이 여지없이 드러나 버렸다면, 예수님은 그 야만성을 십자가 사랑으로 바꾸어 최후 승리의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악을 이겨내기 위해 칼을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수(數)에 의지하지도 않았고, 당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방법을 택하지도 않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 당당한 승리는 세상의 강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승리였습니다. 세상의 강함이 강격한 무기와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과시되는 것이라면, 예수님의 강함은 이미 십자가에서 드러났듯이 무기가 아닌 사랑으로, 과시가 아닌 희생으로 조용히 꽃피운 것이었습니다. 이 강함이 믿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을 따르는 일로 인해 세상의 조롱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이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멸시를 당했다고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복수를 위해 독해질 이유도 없게 됩니다. 우리는 세속의 영리함과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바랍니다. 우리의 힘은 바로 십자가에 있습니다. 십자가는 사랑이 승리한 현장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며 "그의 마음을 품으라"고 당부합니다.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 빌 2:5-8
원주에서 제천 쪽으로 가다 보면 금대리라는 곳이 있는데, 물이 넉넉하고 계곡이 한적해서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하루는 원주의 예수라 하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일행과 함께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내려오던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밥을 먹으며 이미 한잔 한 얼굴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술 힘을 빌려 장일순에게 평소에 품었던 의문 하나를 털어낼 생각으로 앞으로 썩 나섰습니다."선생님?"
"그래, 왜?"
"선생님은 남들보고는 기어라, 기어라고 하면서 정작 선생님 자신은 기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장일순 선생을 생각할 때는 언제나 맨 먼저 떠오르는 말씀 한 마디가 있다고 합니다. "밑으로 기어라" 입니다. 그는 사람을 대할 때나 모든 생명을 대할 때에 밑으로 기어서 섬기는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겸손해라. 엎드려 살아라. 앞에 나서지 마라. 모가지 세우지 마라"라고 그는 늘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에라도 품어야 할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란 바로 이러한 마음이겠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간직하고 이 고난주간을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가치관을 내 가치관으로 받아들여 이 고난주간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난주간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예수님과 함께 우리가 지고 있는 십자가를 견디는 시간입니다. 십자가야 말로 참된 거룩의 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내 귀와 마음으로 깨우쳐서 말씀 안에서 '예수의 마음을 품은 사람'으로 살아갈 때, 그 참된 거룩으로 말미암아 부활절은 생명 가득한 축제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십자가에서 부활 생명을 피워내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실천 | Praxio
①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본성을 따라 살고 있지 않은가?
② 예수님의 마음을 따라 참된 거룩을 살아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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