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제1주 (다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사 2:1-5
1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받은바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한 말씀이라 2 말일에 여호와의 전의 산이 모든 산꼭대기에 굳게 설 것이요 모든 작은 산 위에 뛰어나리니 만방이 그리로 모여들 것이라 3 많은 백성이 가며 이르기를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 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 그가 그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실 것 이라 우리가 그 길로 행하리라 하리니 이는 율법이 시온에서부터 나올 것이요 여호와의 말씀이 예루살렘에서부터 나올 것임이니라 4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5 야곱 족속아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빛에 행하자

응송 | 시 122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네 성 안에는 평안이 있 고 네 궁중에는 형통함이 있을지어다

서신 | 롬 13:11-14
11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 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12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 의 갑옷을 입자 13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14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 하지 말라

복음 | 마 24:36-44

36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37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38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있으면서 39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 함도 이와 같으리라 40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 려둠을 당할 것이요 41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 려둠을 당할 것이니라 42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 43 너희도 아는 바니 만일 집 주인이 도둑이 어느 시각에 올 줄을 알 았더라면 깨어 있어 그 집을 뚫지 못하게 하였으리라 44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 리라

■ 묵상 | meditatio
① 마 24:40, 41을 묵상하십시오. 밭에 있는 사람과 맷돌질을 하는 사 람은 주님의 오심이 어느 때일 것임을 보여주는 겁니까?

② 사 2:3, 4을 묵상하십시오. 성도들이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③ 롬 13:13, 14을 묵상하십시오.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는 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삶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벗어야만 입을 수 있다

하나님의 시간으로 새해가 열리는 대림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첫 번째 오심을 기념하는 동시에 두 번째 오심을 고대(苦待)하며 기다리는 이 시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림시기의 절박한 권고 즉 그리스도께서 나를 찾아오신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이 기다림의 감수성은 어제 오늘의 요청이 아닌 그리스도께서 처음 오시기 전에도 요청되었었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이후에도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 1:11) 하신 말씀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여전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요청을 따라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손에 횃불을 들고,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역시 기다림 속에서 성경이 들려주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오늘 성서일과는 일제히 우리에게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일깨워줍니다.

먼저 구약성경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말씀합니다.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 그가 그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실 것이라 우리가 그 길로 행하리라"(사 2:3). 이사야 시대에는 그리스도의 오심이 '먼 미래'의 일이었습니다. 그 먼 미래에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림에 있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다림의 자세는 '여호와의 산에 오르는 것' 그리고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는 것'이었습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다"(롬 13:11)고, 오실 주님을 맞을 그 날이 가까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며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롬 13:12)고 당부합니다. 그런가하면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마 24:36)시며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마 24:44)고 엄히 경고하십니다. 오늘 성령님께서 우리 가운데 임하셔서 이 말씀들이 가슴마다 밝히 깨달아져서 말씀으로부터 비롯된 설렘과 긴장감으로 대림절을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복음서의 말씀을 먼저 보겠습니다.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 마 24:36

마태가 전해주는 오늘 복음서의 말씀은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라는 주님의 대답으로 시작됩니다. 주님의 이 대답은 4절-34절까지 전개된 인자의 재림과 종말적 심판의 때에 관한 제자들의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기서 '그 날과 그 때'는 문자적으로 '그 날과 그 시간'을 의미하는데, 인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림(待臨)'의 날자와 시간을 나타냅니다. 즉 당신 오심의 시점을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대한 주님의 대답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대답의 속뜻을 헤아려 보자면, 심지어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는 비밀을, 굳이 알려고 하는 제자들의 그 관심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날과 그 때를 모른다'는 주님 말씀은 '예기치 않은 때' 당신께서 오시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집니다. 사도 바울은 살전 5:1-3에서 "형제들아 때와 시기에 관하여는 너희에게 쓸 것이 없음은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알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 때에 임신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리니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때의 키워드는 '심판'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밤에 도둑같이 임할 그 날을 대비해 매일 매 순간을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당시의 고유한 영적 경험과 고유한 신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묵시문학 즉 묵시사상입니다. 묵시문학과 묵시사상은 같은 말인데, 이 묵시사상의 핵심은 하나님이 세상을 직접 심판하시는 '시간'이 온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날과 그 때'도 이 묵시문학이 말하는 '심판의 때'를 일컫는 것입니다. 인자의 임함은 곧 '심판의 때'를 말하는데, 그 날이 임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인자의 임함'을 노아의 때와 견주어 설명합니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있으면서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 | 마 24:37-39

여기서 '임함'이란 헬라어로 '파루시아(παρουσία)'입니다. '오다. 도착하다.' 그런 뜻입니다. 누가 도착한다는 것입니까? '인자' 즉 '그리스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파루시아는 '심판의 때'이기도 하고 '구원의 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묵시사상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 언제 오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은 AD 70년 로마군대가 예루살렘성전을 파괴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신학자들은 마태복음이 AD 80년경 쓰인 것으로 보는데, 그렇다면 마태복음을 읽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말씀 바로 앞에서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2) 하신 그리스도의 예언이 실현된 현장을 10년 전에 이미 본 것이고, 이런 처참한 사건이 있은 후, 그들은 인자의 재림과 심판이 있을 것을 기다리며 10년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 인자의 오심을 그들은 '파루시아'라고 선포했고, 그 날과 그 때를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의 간절함은 가슴마다 고스란히 '기다림의 DNA'로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 역시 묵시적 희망으로서 파루시아의 때를 기다리고 준비할 것을 독려하십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 | 마 24:42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 마 24:44

자칫 우리는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그리고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라는 주님의 말씀 때문에 긴박감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저 묵시문학적인 표현일 뿐이지"라며 애써 비현실의 영역에 가두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 역사 속에는 이 파루시아의 희망으로 인해 현실에서 나태해져버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된 파루시아의 희망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오히려 현실에서 역사적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생각지 않은 때 오실 주님을 생각할 때, 마음을 방심(放心) 가운데 방치해 둘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아껴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내려 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 속에 변혁을 실천하려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참된 파루시아 희망은 현실만이 아닌, 현실을 넘어선 궁극적이며 본질적인 생명의 세계를 희망하게 하고, 그 궁극적인 생명의 세계는 우리의 힘이 아니라 인자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인자의 오심을 고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를 기록한 마태를 비롯해 모든 공관복음서의 기자들이 바로 그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마 24:37). 노아의 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까요?

흥미롭게도 주님은 노아의 때를 언급하시면서, 그때 사람들이 타락했기 때문에 홍수가 들이닥쳤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당시 사람들의 타락이 아닌 그들의 '일상'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갔습니다. 일상에서 밭을 매고 맷돌질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홍수가 닥쳐왔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소 무관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그들이 벌인 어떤 부도덕이나 나쁜 행동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그들의 안일을 폭로합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순간에도, 홍수가 일상을 덮쳐오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무관심과 안일(安逸)한 삶의 태도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파루시아가 얼마나 갑작스러운지, 파루시아가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지, 심판이 닥치는 그 순간까지 사람들이 밭을 매고(마 24:40) 맷돌질을 하는 모습(마 24:41)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정신이 번쩍 날 수밖에 없습니다. 파루시아는 도적같이 은밀히 임하는데, 우리도 일상이라는 우상에 매몰되어서 당연히 내일 해가 떠오를 것으로 여기며 오늘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밭을 갈고 맷돌질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주님 오시는 날과 때를 모른다는 말씀은 사실은 모든 순간이 '그 날'이고 '그 때'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 마 24:42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 마 24:44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홍수의 날은 분명 심판의 날이었지만, 노아와 그 가족에게는 구원을 받는 날이었다는 사실입니다(창 7:11-23). 이때 두 가지 심판이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에 겨워 살아갈 때, 인내롭게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처럼, 당신을 향해 개방되어 있고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은 방주에 오를 수 있었고, 말씀에 대한 무관심과 안일에 빠져 하루하루 시간만 흘려보내는 사람은 방주에서 배제된 심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할 것이요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할 것이니라 | 마 24:40, 41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는 사실은 얼핏 생각하면 불공정하지만,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판단에 의하면 공정합니다. 그리고 이 공정한 심판은 예기치 않은 때, 우리 모두에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깨어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사실 이 종말론적 삶에 대한 권고는 아주 먼 구약시대 때 시작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으면서도 하나님이 아닌 강대국만 의지하려는 사람들에게 오늘 구약성경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여호와의 산에 오르자"고 설득합니다.

많은 백성이 가며 이르기를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 그가 그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실 것이라 | 사 2:3

여기서 '여호와의 산'이란 예루살렘 성전이 있는 '시온산'을 의미합니다. 그곳은 율법이 있고, 여호와의 임재가 있는 곳이어서, 그곳에 가면 여호와께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려는 행동은 하나님께로 돌아가고자 하는 절실한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힘써 그 산에 오른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길, 즉 하나님의 자녀가 가야할 길을 이사야는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 사 2:4

그러니까 하나님의 자녀가 가야 할 길은 무기를 쳐서 평화의 도구로 만드는 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올라야 할 산과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산으로 다가와 그곳으로 올라가십시오. 그리고 그곳에 오른 다음에는 내려가지 마십시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평화 안에서 평화를 일구며 살아간다는 의미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따뜻한 평화의 온기가 남아있다면 우리는 제대로 살고 간 것입니다. 예수님은 주의 날이 가까웠다고 하십니다. 무화과나무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하면 여름이 가까운 것을 알아차리듯, 시간의 엄숙성을 절감하며 깨어서 파루시아를 준비하며 살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도 예수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 롬 13:11-14

여기서 바울은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다"(롬 13:11)며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롬 13:12)고 당부합니다.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다"는 것은 주님 오실 그 날이 가까이 임박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는 것입니다. 어둠의 일이 방탕하거나, 술 취하고, 음란하거나 호색하고, 다투거나 시기하는 것이라면, 빛의 갑옷을 입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의 제의적 의미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참여한다는 의미이고(롬 6:1-10),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에 적용될 때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연합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도덕적 성품으로 영혼이 옷 입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전반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주님의 이웃이 되는 것도 친구가 되는 것도 좋지만 예수님의 모양을 닮아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예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때가 가까웠습니다. 지금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서야 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합니다. 벗지 않으면 입을 수 없다는 단순한 이치만으로도 우리는 그리스도로 옷 입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내면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어둠에 속한 것들을 벗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새 옷 입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복음서를 가까이 하십시오.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음미하십시오. 그리고 예수님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대하셨는지 묻고 또 물으십시오. 예수님 마음과 하나 되기 위해 기도하십시오. 예수님 마음으로 이웃에게 다가가십시오. 예수님 마음으로 사랑하십시오. 예수님을 찾고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향기가 이정표가 되게 하십시오. 대림절은 그러한 삶을 훈련하는 절기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뒤섞여 있습니다. 참과 거짓이, 거룩함과 속됨이, 아름다움과 추함이 말입니다. 그런 가운데 맞이한 대림절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계절에,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워진 이 계절에, 불현듯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이 엄숙한 계절에 성경이 경고하는 '시간의 엄숙성' 안에서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고, 마음을 순일하게 모아 주님을 묵상하며 내면을 정돈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대림절이 모두 지나고 성탄을 맞이할 땐, 한껏 성화(聖化)된 모습으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오실 주님을 잊고 세상을 더 탐닉하며 살지 않는가?

② 주님께 칭찬 듣도록 평화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