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후 제21주 (다해)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구약 | 합 1:1-4; 2:1-4
1 선지자 하박국이 묵시로 받은 경고라 2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 까 내가 강포로 말미암아 외쳐도 주께서 구원하지 아니하시나이다 3 어찌하여 내게 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눈으로 보게 하시나이까 겁탈과 강포가 내 앞에 있고 변론과 분쟁이 일어났나이다 4 이러므로 율법이 해이하고 정의가 전혀 시행되지 못하오니 이는 악 인이 의인을 에워쌌으므로 정의가 굽게 행하여짐이니이다 2:1 내가 내 파수하는 곳에 서며 성루에 서리라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고 바라보며 나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 하실는지 보리라 하였더니 2 여호와께서 내게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는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명백히 새기되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게 하라 3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 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 하리라 4 ○보라 그의 마음은 교만하며 그 속에서 정직하지 못하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응송 | 시 119
주의 증거들은 영원히 의로우시니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하사 살게 하소서

서신 | 살후 1:1-4, 11-12
1 바울과 실루아노와 디모데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 도 안에 있는 데살로니가인의 교회에 편지하노니 2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3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할지니 이것 이 당연함은 너희의 믿음이 더욱 자라고 너희가 다 각기 서로 사랑 함이 풍성함이니 4 그러므로 너희가 견디고 있는 모든 박해와 환난 중에서 너희 인내 와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여러 교회에서 우리가 친히 자랑하 노라 11 이러므로 우리도 항상 너희를 위하여 기도함은 우리 하나님이 너희를 그 부르심에 합당한 자로 여기시고 모든 선을 기뻐함과 믿음의 역사를 능력으로 이루게 하시고 12 우리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대로 우리 주 예수의 이름 이 너희 가운데서 영광을 받으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영광을 받게 하려 함이라

복음 | 눅 19:1-10
1 예수께서 여리고로 들어가 지나가시더라 2 삭개오라 이름하는 자가 있으니 세리장이요 또한 부자라 3 그가 예수께서 어떠한 사람인가 하여 보고자 하되 키가 작고 사람 이 많아 할 수 없어 4 앞으로 달려가서 보기 위하여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니 이는 예수 께서 그리로 지나가시게 됨이러라 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쳐다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 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6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영접하거늘 7 뭇 사람이 보고 수군거려 이르되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 도다 하더라 8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9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 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10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눅 19:3, 4을 묵상하십시오. 자기 스스로에게 절망해 예수님을 만나 기를 열망한 삭개오의 절실함은 어떠한 모습에서 확인됩니까?

② 합 2:4을 묵상하십시오. 마음이 교만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과 달리, 의인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산다고 했습니까?

③ 살후 1:3을 묵상하십시오.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성도들을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한 것은 무엇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삭개오의 자기 체념과 변화

예수님께서 여리고 마을에 가셨을 때, 마을 입구에서와 마을을 지나갈 무렵 두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한 사람은 마을의 초입에서 만난 맹인이고(눅 18:35-43), 한 사람은 마을을 지날 때 만난 삭개오인데(눅 19:1-10), 이 두 이야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별개인 듯하지만, 사실은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맹인이 예수님을 만나 믿음으로 눈을 뜨는 일화이고(눅 18:42), 두 번째 이야기는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일화입니다(눅 19:9). 이 두 이야기는 신약성경의 장 구분이 4세기 그리스의 문단구분 방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각각 다른 장에 배치되었을 뿐이지 사실은 하나의 행렬 안에서 벌어진 두 이야기인 것입니다.

신약학자이고 저술가인 케네스 E. 베일리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중요한 손님이 찾아오면 동네 사람들이 마을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맞이한 뒤 그 손님을 에워싸고 마을로 오는 것으로 존경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시 중동의 문화에 따라 사람들이 예수님을 에워싸고 마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 두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실 이 두 이야기는 생각하기에 따라 매우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성경의 하나님은 '억압받는 자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마리아 찬가(Maginificat)에 의하면 하나님은 억압하는 자를 그 위(位)에서 내치시고, 부자를 빈손으로 보내시는 분이십니다(눅 1:46-55). 맹인이 당시 억압받는 자의 전형이라면, 삭개오는 누가 봐도 억압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누가는 이 여리고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 둘 다 구원하시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맹인이 구원을 받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만, 로마를 끼고 세도(勢道)를 부리던 삭개오가 구원 받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복음서의 곳곳에서 예수님이 세리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비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장면을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임스 앨런은 '생각의 지혜'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완전한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억압받는 자의 나약함과 억압하는 자의 권력남용 사이에서 어떤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완전한 사랑의 눈으로 보면, 양쪽 모두가 필연적으로 겪는 고통을 알게 되어 어느 쪽도 비난하지 않는다. 완전한 자비심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를 모두 끌어안는다."

굳이 제임스 앨런의 시각을 빌자면 주님은 완전한 사랑의 눈으로 맹인이 겪는 고통과 삭개오가 겪는 고통을 아셨고, 맹인과 함께 삭개오도 끌어안아주셨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삭개오가 받은 구원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의 삭개오는 로마의 권세를 등에 업고 동족을 억압하던 잔인한 매국노였습니다. 그런 삭개오가 어떻게 자기가 억압하던 맹인과 함께 구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삭개오가 구원을 받은 것에는 예수님의 완전한 사랑의 눈을 받을 수 있었던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요? 먼저 우리는 이 이야기 안에 기독론적인 핵심이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즉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의 시선'과 더불어 '잃은 자를 찾고 구하시는'(눅 19:10) 선교적 노력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예수께서 여리고로 들어가 지나가시더라 삭개오라 이름하는 자가 있으니 세리장이요 또한 부자라 | 눅 19:1, 2

삭개오는 그리스어로 '자카이오스(Ζακχαιος)인데, 그 이름은 '의인'을 뜻하는 히브리어 '자카이(יכן)'에서 유래되었고, '청결한 사람' 혹은 '의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부모님은 사랑하는 아들이 이름처럼 청결하고 의로운 사람이기를 바라서 그의 이름을 삭개오라고 지어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들의 삶은 부모의 염원과 정 반대가 되고 맙니다. 삭개오는 청결하지도 의롭지도 못한 채 민족을 배신한 매국노로 살아버립니다. 지난 주 말씀드렸듯이 당시 세리는 로마 정권과 계약을 체결한 다음에, 동족들에게 로마에서 부과한 세금보다 더 많이 거두어 차액을 자신들의 수입으로 삼았던 잔인한 자들입니다. 계약 기간이 지나면 로마 정권은 다시 입찰을 붙여서 많은 액수를 제시한 세리에게 세금징수권을 주었는데, 그들은 부정축재의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자기들 권한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청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그가 '세리장'이었다고 말합니다. 매국노들 중에서도 우두머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혐오했을까요? 당시 랍비 문헌과 신약성경에 의하면 세리 뿐 아니라 가족까지 부정하다고 여겨서 세리에게는 거짓말을 해도 눈감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씀을 보십시오.

그가 예수께서 어떠한 사람인가 하여 보고자 하되 키가 작고 사람이 많아 할 수 없어 앞으로 달려가서 보기 위하여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니 이는 예수께서 그리로 지나가시게 됨이러라 | 눅 19:3

누가는 그가 '예수님을 보고자 했다'(눅 19:3)고 말합니다. 그가 단지 예수를 관찰하기를 원했는지, 아니면 믿음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기를 원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혹자는 우리가 지난주 말씀에서 본,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18:13) 했던 그 세리가 바로 삭개오였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근거는 없지만 이후 삭개오의 변화를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가 예수님을 보는 것에 장애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가 예수께서 어떠한 사람인가 하여 보고자 하되 키가 작고 사람이 많아 할 수 없어 앞으로 달려가서 보기 위하여 돌 무화과나무에 올라가니 이는 예수께서 그리로 지나가시게 됨이러라 | 눅 19:3, 4

삭개오에게 문제는 키가 작았다는 것과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가 미움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이 키 작은 사람에게 당연히 길을 내주었을 것입니다. 중동 문화 전문가인 케네스 E. 베일리는 자신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요단강 서안에서 십 년을 살면서,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과, 점령자를 돕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보았다며 이렇게 증언합니다.

부역자들은 군중 속에 섞이지 않았다. 그들은 늘 '자기 등 뒤'를 조심했다. 키가 작은 부역자에게는 이런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만일 그가(삭개오가) 용감하게 군중을 헤치고 나아갔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칼이 다가오고, 숨 막히는 비명이 이어졌을 것이며, 그것으로 모든 상황은 끝났을 것이다. 군중이 움직인 뒤에야 비로소 그 시신이 발견되고, 그때쯤이면 칼로 찌른 자는 종적을 감추었을 것이다."

그런데 삭개오는 거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주 특이한 두 가지 행동을 합니다. 하나는 달려간 행동이고, 하나는 나무에 올라간 행동입니다(눅 19:4). 케네스 E. 베일리에 따르면 중동의 어른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망신을 자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눅 15:20절의 '탕자의 비유'를 보면, 아버지가 망신을 사면서까지 달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삭개오의 예수님을 향해 달려가던 마음과, 아버지의 아들을 향해 달려가던 마음이 절실함에서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삭개오는 나무에 올라갑니다. 자기를 혐오하는 사람들 앞에서 정말로 쉽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는 이미 '무한한 자기체념'에 도달한 것입니다. 삭개오는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것일까요? 자신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타인을 착취해서라도 행복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리 움켜쥐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나이와 함께 엄습해 오는 윤리적 절망, 이 복합적인 심경이 그로 하여금 달려가게 하고, 나무에도 오르게 했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인 '알프레도 뮈세'는 '신을 향한 소망'이라는 자신의 시(詩)에서, 윤리적 단계에서 느끼는 인간의 깊은 절망과 무한한 자기 체념에 대해 이렇게 읊었습니다.

인간이 의심한 지 5천 년 동안
그렇듯 많은 피로와 인내 뒤에
이것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이다!

아아 불쌍한 광인(狂人)이여, 비참한 두뇌여
너희는 그렇듯 많은 방법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설명했으나
하늘로 가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했다.

너희는 욕망은 있었으나
신앙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너희를 불쌍히 여기나니,
너희 자존심은 상한 혼에서 나왔다.

너희는 내 마음에 차 있는 고뇌를 느꼈으며,
그리고 무한을 보고서 인간을 떨게 하는
그 준엄한 도덕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함께 기도하자 ㅡ 너희의 비참하고 유치한 계산
그렇듯 많은 헛된 작업을 버리도록 하자.

너희 육체가 티끌로 돌아간 지금
너는 너희를 위해 너희 무덤에 무릎을 꿇리라.

정녕 기도만이 희망의 외침이다.

우리를 향해 응답하시라고
하나님께 말을 걸어보라."

뮈세의 이 시에서처럼 비참하고 유치한 계산을 버리는 것이 바로 '무한한 자기 체념'입니다. 이렇도록 무한한 자기 체념이 있을 때만, 우리는 비로소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삭개오를 보십시오. 자신에 대한 깊은 절망과 뉘우침이 그로 하여금 자신을 체념하게 하고 주님 앞에 처절하게 서게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 눅 19:5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벗의 이름을 부르듯 주님께서 삭개오의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이때 삭개오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감동이 일었을까요? 예수님이 무슨 설교를 하신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의 이름을 불러주시며 '오늘 네 집에서 자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비참하고 유치한 자신을 체념했더니, 생명의 주님께서 찾아와 주셨습니다. 이때 삭개오의 행동을 누가는 이렇게 전합니다.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영접하거늘 | 눅 19:6

나무에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가 주님과 삭개오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서둘러 삭개오가 주님을 자기 집에 모시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들립니다.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 눅 19:7

그런데 예수님도 삭개오도 개의치 않습니다. 삭개오는 신이 나서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시고, 예수님은 기꺼이 삭개오의 손님이 되어주십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삭개오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냅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 눅 19:8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사실상 그의 영혼을 지배해왔던 우상이 그의 마음에서 쫓겨나는 순간이고, 비로소 그가 이름값을 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그 변화를 축하해 주셨습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 눅 19:9, 10

삭개오에게 선포된 이 구원의 말씀이 우리 모두를 향해 선포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구약의 말씀에서 우리는 하박국 선지자의 울부짖음을 듣습니다.

어찌하여 내게 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눈으로 보게 하시나이까 | 합 1:3

BC 612년경, 유다왕국은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밖으로는 갈대아의 느브갓네살이 유다의 숨통을 겨누고 있었고, 안으로는 왕으로부터 백성까지 타락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그가 눈을 돌리는 곳마다 겁탈이 보이고, 억압이 보이고, 분쟁이 보이는데, 왜 내가 이런 꼴을 보아야 하느냐고, 왜 이런 시대와 장소에 나를 처하게 하셨냐고 하박국 선지자가 하나님께 항변하는 것입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죄악과 패역에 빠져버린 것일까요? 심미적 만족에 겨워 뉘우침 없는 삶을 살고 만 것입니다. 자기의 더러움과 대면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윤리적 성찰조차 없었습니다. 삭개오의 마음을 짓눌렀던 '자신에 대한 절망과 슬픔'이 이들에게는 없었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하나님은 그들에게 심판을 선포하십니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 보라 그의 마음은 교만하며 그 속에서 정직하지 못하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 합 2:3, 4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에 있는 것일까요? 마음이 교만하여 여전히 정직하지 못한 채, 원초적, 감각적 쾌락과 욕망에 겨워 살던 저 고대의 유다사람들과 같은 상태는 아닐까요? 아니면 삭개오처럼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해 뉘우치고, 최선을 다해 주님께 나아가는 상태에 있는 것일까요? 삭개오와 같은 영적 진보가 우리에게 있을 때, 성경은 그런 사람을 의인이라 불러주고,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고 선언해줍니다. 오늘 종교개혁 505주년을 맞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슴에 새기고 새겨야 할 금과옥조입니다. 의인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현실이 어떠하든 하나님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어떤 불이익이 있다 해도 하나님 자녀로서의 믿음과 그에 걸맞은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며, 죽음의 문화가 번성한 곳에서 생명의 문화를 싹틔워냅니다. 모두가 몸을 굽혀 지상의 권력을 섬길 때,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헌신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예의 시간입니다. 욕망의 들판을 질주하느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그로 인하여 이웃을 외면하며 살아온 삶을 회개하고, 다시 자세를 돌이켜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믿음에 걸맞은 삶을 살도록 유예된 시간입니다. 오늘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성도들의 믿음이 자라는 것을 언급하며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함이 당연하다'고 말씀합니다.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할지니 이것이 당연함은 너희의 믿음이 더욱 자라고 너희가 다 각기 서로 사랑함이 풍성함이니 | 살후 1:3

그들의 지혜가, 소유가, 권력이 감사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믿음과 사랑을 감사함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 성도들이 믿음이 자라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고, 모든 선을 기뻐하는 자로 살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도 항상 너희를 위하여 기도함은 우리 하나님이 너희를 그 부르심에 합당한 자로 여기시고 모든 선을 기뻐함과 믿음의 역사를 능력으로 이루게 하시고 우리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대로 우리 주 예수의 이름이 너희 가운데서 영광을 받으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영광을 받게 하려 함이라 | 살후 1:11, 12

바울의 이 기도가 우리 모두에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이 삭개오의 이름을 불러주신 것은 그의 삶이 착하고 의로워서가 아닙니다. 그가 자신에게 절망한 그대로 뉘우치며 주님의 도우심을 열망했기 때문입니다. 삭개오처럼 간절하게 주님을 찾고, 그 믿음으로 인해 의롭다 함을 얻으며, 데살로니가 성도들처럼 믿음이 사랑으로 열매 맺을 때,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그리스도인'이라 부르게 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 한 사람이 귀한 시대에 저도 여러분도 삭개오처럼 예수님을 향해 단호하게 돌아서서, 잃어버린 자를 찾아오신(눅 19:10) 주님께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으며,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눅 19:9)라는 복된 음성을 듣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값싼 믿음의 사람은 아닌가?

② 믿음이 동기가 되어 내 안에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