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사순절 제3주 너희도 회개하지 아니하면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사 55:1-9
1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2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이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 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내게 듣고 들을지어다 그리 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자신들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3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 이 살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영원한 언약을 맺으리니 곧 다윗에 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이니라 4 보라 내가 그를 만민에게 증인으로 세웠고 만민의 인도자와 명령자 로 삼았나니 5 보라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를 것이며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네게로 달려올 것은 여호와 네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거룩 하신 이로 말미암음이니라 이는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였느니라 6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7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 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 라 그가 너그럽게 용서하시리라 8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 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9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응송 | 시 63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서신 | 고전 10:1-13
1 형제들아 나는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우리 조상 들이 다 구름 아래에 있고 바다 가운데로 지나며 2 모세에게 속하여 다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고 3 다 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으며 4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 이는 그들을 따르는 신령한 반석 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 5 그러나 그들의 다수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아니하셨으므로 그들이 광야에서 멸망을 받았느니라 6 이러한 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악을 즐 겨 한 것 같이 즐겨 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 함이니 7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과 같이 너희는 우상 숭배하는 자가되지 말라 기록된바 백성이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논다 함과 같으니라 8 그들 중의 어떤 사람들이 음행하다가 하루에 이만 삼천 명이 죽었 나니 우리는 그들과 같이 음행하지 말자 9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주를 시험하다가 뱀에게 멸망하였나니 우리는 그들과 같이 시험하지 말자 10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원망하다가 멸망시키는 자에게 멸망하 였나니 너희는 그들과 같이 원망하지 말라 11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12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 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 느니라
복음 | 눅 13:1-9
1 그 때 마침 두어 사람이 와서 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로 예수께 아뢰니 2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는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같이 해 받으므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3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4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5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6 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 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7 포도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 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8 대답하여 이르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9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하였다 하시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눅 13:3, 5을 묵상하십시오. 빌라도에게 희생당한 갈릴리 사람들과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죽은 사람들을 보며 얻을 교훈은 무엇입니까?
② 고전 10:12을 묵상하십시오. 다 함께 신령한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 시고도 멸망한 사람들을 예로서 바울이 경고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③ 사 55:2-3을 묵상하십시오. 우리가 주님께 나아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또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헨리 나우웬이 1979년 2월부터 8월까지 뉴욕 북부의 제네시 수도원에 머물면서 써내려간 기도문 중에, 사순절을 지나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영원한 계절'의 저자인 '마이클 포트'가 '작은 죽음들'이라고 이름 붙인 기도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님, 사순절 기간 동안 참회와 단식, 그리고 기도에 전념하지 못한 채 지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 절기의 영적인 열매를 잃어버린 적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나 사순절을 잘 지키지 못하고도 부활절을 어찌 경축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죽으심에 동참하기를 회피하면서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주님, 저는 주님과 더불어, 주님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 죽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부활을 통해 제게 오셨을 때, 주님을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제 속에는 죽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릇된 집착, 탐심과 분노, 성급함과 인색함. 오, 주님, 저는 자기중심적이고, 저 자신과 저의 경력, 저의 미래, 제 이름과 명성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님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터무니없고 얼마나 독신(瀆神)적인지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주님, 저는 그것이 나의 실상임을 압니다. 저는 때로 저 자신의 영광과 성공을 위해 주님에 대해 말했고, 글을 썼고, 주님의 이름으로 일했습니다. 주님의 이름 때문에 박해나 억압을 받거나 거절을 당한 적도 없습니다. 주님의 이름은 오히려 제게 보상을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분명히 깨달아 압니다. 주님과 더불어 죽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을 걷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에 신실하지도 않았습니다. 오, 주님, 이 사순절 절기가 여느 때와는 다른 절기가 되게 해주십시오. 다시금 주님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게 해주십시오. (마이클 포드/최규택 옮김 '영원한 계절' 그루터기하우스 107-108쪽)
헨리 나우웬의 이 성찰과 기도가 사순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도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성서일과의 말씀들은 우리 모두를 치열한 영적 성찰에로 초대합니다. 구약의 말씀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허황된 수고에 골몰하는 사람들'(사 55:2a)을 향해 '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촉구합니다.(사 55:2b)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사 55:8)는 하나님의 음성에 노여움이 서려있습니다.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은 자기 조상들에 관해 이야기하며(고전 10:1) "그들의 다수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아니하셨으므로 그들이 광야에서 멸망을 받았다"(고전 10:4, 5)고, 이러한 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된다(고전 10:6)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기뻐하시지 않은 것은, 그들이 끝내 하나님께로 돌아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에서 주님은, 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로 주님을 찾아왔을 때(눅 13:1),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3)고 경고하십니다. 헨리 나우웬이 자신의 기도문을 통해 사순절을 지나는 자기를 돌아보았듯이 우리 역시 오늘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사순절을 지나는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복음서의 말씀을 먼저 보겠습니다.
그 때 마침 두어 사람이 와서 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로 예수께 아뢰니 | 눅 13:1
'그 때 마침'이라는 이 상황설정은 오늘 말씀이 바로 앞 장의 말씀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 장에서 주님은 제자들과 무리들에게 '자신을 고발한 사람과 법관에게 걸어갈 때, 길에서라도 화해하기를 힘쓰라'(눅 12:58)는 말씀을 통해서, 그와 같은 긴박감으로 최후의 심판에 대비해야 함을 교훈하신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눅 12:49) 라든지, "외식하는 자여 너희가 천지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간하지 못하느냐"(눅 12:56) 라는 경고의 말씀으로도 주님은 당시 사람들이 영적나태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신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이런 경고의 말씀이 들려올 때, 대개 사람들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영적 나태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영적 긴박감을 회복해서 심판에 대비할 것을 촉구하시던 '그 때 마침'(눅 13:1) 무리에 섞여 그 경고의 말씀을 듣던 두어 사람이 마치 남의 일처럼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학살해서 그 피를 그들이 바치려던 희생 제물에 섞었습니다."(눅 13:1 표준 새 번역) 어쩌면 이 사람은 죽은 사람이, 예루살렘 사람이 아닌 갈릴리 사람들임을 말함으로서 예루살렘 사람으로서의 우월감을 나타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역사학자인 요세푸스(Josephus)에 따르면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가뜩이나 문화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가 로마군대의 깃발과 이방 신상을 들고 예루살렘에 들어가려다가 거센 저항에 부딪쳐서 가이사랴로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로 그가 피식민지 백성인 유대인들에게 앙심을 품고 학살했던 일은 수없이 많았는데, 그 중에 가장 빈번하게 큰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유대혁명의 중심에 섰던 갈릴리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국 오늘 두어 사람이 예수님께 한 말은 이런 뜻으로 읽혀집니다. "당신은 자꾸 우리에게 회개하라고 경고를 하는데, 정작 심판은 갈릴리사람들이 당하지 않았습니까?" 회개라든지 심판이라든지 말하려면 갈릴리사람들에게나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너희는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같이 해 받으므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 눅 13:2-3
주님의 이 말씀은 듣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을 것입니다. 자신들은 '그들'의 문제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주님은 '나'의 문제로 대답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판을 당한 것이라고 말 한 것인데, 주님은 '너'도 회개하지 아니하면 똑같이 망한다고 대답하신 겁니다. 주님의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불편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 속에 있었던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 눅 13:4
이 사건은 누가복음에만 언급되어 있는 말씀인데, 여기서 실로암은 기혼으로부터 예루살렘으로 공급된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 이름을 말하고, 망대는 고대 예루살렘의 옛 벽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던 '탑'을 가리킵니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이 망대가 실로암 샘 위에 동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해 있었는데, 이 망대가 무너져 열여덟 명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서도 예루살렘 사람들은 그들이 전통적으로 이해한 대로 죄의 대가라고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3절 말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시 한 번 반복하십니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 눅 13:5
오늘 저와 여러분이 뼈저리게 가슴에 새겨놔야 할 말씀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을 정죄하면서 상대적으로 나를 의롭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 말씀을 아프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회개하셨습니까? 이 사순절에 회개의 열매를 맺고 계십니까? 세례 요한에 따르면 회개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속옷 두 벌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세리들은 법으로 정해진 세금 외에 더 걷지 않는 것이고, 군인들은 힘으로 사람을 착취하지 않는 것입니다.(눅 3:11-14) 헨리 나우웬은 회개를 '아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고난의 쟁기로 잘 갈아진 마음이요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요 밭에 묻힌 보배를 볼 줄 아는 마음이요 부드러운 사랑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헨리 나우웬/윤종석 옮김 「안식의 여정」 복 있는 사람. 325쪽)
어떻습니까? 지금 여러분 안에 맺힌 열매들은 회개의 열매가 맞는 것 같습니까? 주님은 이어지는 말씀에서 아주 중요한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포도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 눅 13:6-7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단지 땅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땅의 영양분을 소비해 황폐하게 만들어 다른 나무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좌절한 주인은 '찍어버리라'고 차갑게 명령합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 서신서의 말씀에서 역사속의 출애굽 사건을 고린도교회의 상황에 직접 연결시킵니다.
형제들아 나는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우리 조상들이 다 구름 아래에 있고 바다 가운데로 지나며 모세에게 속하여 다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고 다 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으며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 이는 그들을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 그러나 그들의 다수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아니하셨으므로 그들이 광야에서 멸망을 받았느니라 이러한 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악을 즐겨 한 것 같이 즐겨 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 함이니 | 고전 10:1-6
이 말씀은 과거 이스라엘 조상들의 일이 곧 현재 고린도교회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이스라엘 조상들의 일이 무엇입니까? 하나는 그들이 역사 속에서 체험한 은혜이고, 하나는 그들이 역사 속에서 맺은 열매입니다. 그 은혜와 열매들이 이스라엘 조상들에게서 그치지 않고 오늘 우리들 신앙생활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출애굽 시키시고, 자유를 주셨음에도 그들이 역사 속에서 맺은 열매는 '악을 즐긴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먹을 것에 대한 불평을 쉬지 않았고(민 11:4-34), 그러한 삶의 열매는 하나님을 시험하는 죄로 치달았습니다(시 106:14).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 고전 10:11
'이런 일'이란 6-10절에서 일어난 일들, 즉 그들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도 불구하고 그 조상들이 악을 즐겨하고, 우상을 숭배하고, 음행을 하고, 주를 시험하고 불평한 일들입니다. 이런 일들은 현재의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결코 반복하면 안 되는 전형적인 '악'이라는 것인데, 바로 그것을 깨우치기 위해 성경이 기록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단호하게 말씀합니다.
그런즉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 고전 10:12
'서 있다'는 것은 '넘어지다'와 대비되는데, 전자는 믿음 위에 '서 있는 것'을 뜻하고(고전 16:13;롬 11:20), 후자는 믿음에서 떨어져 '넘어진 것'을 뜻합니다. 서 있는 것과 넘어져 있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주님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은 '서 있다고' 스스로 자부했었지만, 그러나 주님은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다행인 것은 주님의 말씀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서의 결론에서 매우 중요한 비유를 말씀해주십니다.
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포도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대답하여 이르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 눅 13:6-9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이 포도원지기의 간청은 다시금 주인의 은혜와 자비에 호소하는 것인데, 다행히 주인은 그 간청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 은혜와 자비는 1년의 집행유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집행유예의 기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면 "찍어버리소서" 라고 포도원 지기는 간청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 포도원 지기의 간청이 무색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서 있는 성도는 넘어지지 말아야 하고, 넘어진 성도는 속히 일어나야 합니다. 열매 없이 허물뿐인 종교인이 되지 말아야 하고, 튼실한 믿음의 열매가 맺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후세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하나님께도 보람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구약의 말씀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당부합니다.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그가 너그럽게 용서하시리라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 사 55:7-9
'작은 죽음들'에서 헨리 나우웬은, 주님과 더불어 죽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을 걷지도 않았고, 주님의 길에 신실하지도 않았다고 회개하며, "오, 주님, 이 사순절 절기가 여느 때와는 다른 절기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내 옛 자아는 주님과 더불어 죽은 것일까요? 내 새 자아는 주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며, 주님의 길을 신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혹 나는 신실하게 서 있으며, 튼실한 신앙의 열매를 맺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한가로이 다른 사람이 당한 심판을 이야기할 때는 아닌 듯합니다. 이 사순절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회개의 열매가 삶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반듯하게 서서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고, 내 생각보다 높은 하나님의 생각, 내 길보다 높으신 하나님의 길을 헤아려 겸손히 순종하며 따라가는 것이겠습니다. 오늘 응송에서 시인은 이렇게 간절히 노래했습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 시 63:1
그 이유로 시인은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시 63:3)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선다는 것은 주의 인자하심에 대한 간절함이며, 갈망이며, 앙모함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셨습니까? 열매 없는 길에서 돌이켜, 넘어짐의 길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오셨습니까? 나의 지성이 하나님께로 돌아오셨습니까? 나의 심장이 하나님께로 돌아오셨습니까? 내 심장이 펌프질 할 때마다 하나님의 생각이 내 혈관을 타고 온 존재를 채우고 있습니까? 부디 그럼으로 말미암아 다가오는 부활절이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축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열매도 없으며 넘어진 채 내 생각에 갇혀 살고 있지 않은가?
②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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