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PDF
사순절 제1주 떡을 넘어 말씀으로 사는 존재
Lectio Divina
■ 내적침묵기도 | Centering Prayer
■ 읽기 | Lectio | 읽기는 듣기입니다.
구약 | 신 26:1-11
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네 가 들어가서 거기에 거주할 때에 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에서 그 토지의 모든 소산의 맏 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가져다가 광주리에 담고 네 하나님 여호와 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3 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 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4 제사장은 네 손에서 그 광주리를 받아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 앞에 놓을 것이며 5 너는 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아뢰기를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애굽에 내려가 거기에서 소수로 거류하였더니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는데 6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히며 우리에게 중노동을 시키므로 7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 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 8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 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9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10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 이다 하고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1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으로 말미암아 너 는 레위인과 너희 가운데에 거류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응송 | 시 91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서신 | 롬 10:8-13
8 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 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9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 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10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 니라 11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 리라 하니 12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13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복음 | 눅 4:1-13
1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 십 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2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 이 모든 날에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아 니하시니 날 수가 다하매 주리신지라 3 마귀가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 4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기록된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였느니라 5 마귀가 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서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6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7 그러므로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 8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된 바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9 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 10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너를 지키 게 하시리라 하였고 11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시 리라 하였느니라 12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 느니라 13 마귀가 모든 시험을 다 한 후에 얼마 동안 떠나니라
■ 묵상 | meditatio
① 눅 4:4, 8, 12을 묵상하십시오. 마귀의 유혹이 있을 때마다 예수님의 대처방법은 무엇이었습니까?
② 롬 10:8, 9을 묵상하십시오. 바울은 '말씀'이 우리의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③ 신 26:1-3을 묵상하십시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 신 땅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여호와께 드릴 고백은 어떤 것입니까?
■ 기 도 | Oratio | 5-10분
■ 묵상 나눔
떡을 넘어 말씀으로 사는 존재
우수경칩의 봄기운이 냉기를 이겨가고 있는 요즘 교회의 시간은 어느덧 사순 시기로 들어섰습니다. 한 해의 교회력에서 사순절은 그 어떤 절기보다 경건하고 의미가 깊은 절기입니다. 알렉산더 슈메만은 이 사순절에 대해 '절기 중의 절기인 부활절이 목적지인 하나의 영적 여행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실제 이 사순 시기는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그리스도인 삶으로의 '건너감' 즉 진정한 '파스카(Pascha)'를 위해 어떤 믿음의 사람이 되어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해주고 그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수행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사순 시기를 의식하고 걷는 사람은 회심의 여정 중에 있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이 시기 동안의 우리의 간절한 회심은 나태에서 돌이켜 영적 쇄신을 일으키게 하며, 죽음에서 돌이켜 생명을 향하게 할 것입니다. 이 시기는 고행의 시기이고, 절제의 시기이지만, 그러나 고행과 절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에 이르려는 희망의 몸짓이기에, 고행하면서도 슬픔의 감정에 젖어들지 않으며, 절제하면서도 고통의 감정에 젖어들지 않으며, 영혼 가득 비쳐드는 부활의 빛으로 인해 행복할 것입니다. 즉 부활을 향해 가는 이 40일간의 여정은 이 여정이 지향하는 파스카 신비에 이르러 신자로 하여금 그 은총을 감촉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순절 첫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는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인 욕망을 타고 들어오는 유혹들의 정체를 보여줍니다. 구약의 말씀은 40년 광야생활을 끝내고 가나안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드리운 유혹을 보여주고, 복음서의 말씀은 광야에서 40일 금식을 막 끝내신 예수님을 향해 가해진 세 가지 유혹을 보여줍니다. 거룩한 성취를 이룬 후 다가온 이 전환기의 유혹들은, 그 유혹을 어떠한 영적 자세로 이겨내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깨어있음을 진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복음서의 말씀을 먼저 보겠습니다.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 | 눅 4:1-2a
악의 본질, 그리스도의 본성, 유혹의 힘, 이 세 가지 개념은 오랫동안 누가복음 4장 초반부의 주제로 여겨져 왔었습니다. 오늘 말씀만 봐도 그러한 접근이 타당해 보입니다. 1절에서 예수는 성령에 이끌림을 받고 있고, 악은 마귀로 의인화 되고, 시험은 40일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왜 마귀는 예수님께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유혹하지 않았을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그때까지는 유혹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예수를 유혹하기를 유보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 바로 직전의 누가의 기록을 보면 예수님께서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의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체로 예수님 위에 강림하시면서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눅 3:21, 22)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예수께서 가르치심을 시작하실 때에 삼십 세쯤 되시니라"(눅 3:23)라는 누가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때부터 마귀는 전쟁을 준비했으며, 마귀가 택한 무기는 유혹이었습니다. 악은 선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마귀는 예수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마침내 마귀는 전쟁을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이 모든 날에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아니하시니 날 수가 다하매 주리신지라 마귀가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 | 눅 4:2b-3
마귀에게는 한 번 승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승리는 첫 아담에게 거둔 승리였습니다. 그는 첫 사람 아담을 무너뜨렸듯이 둘째 아담도 무너뜨리고 말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지금 예수가 매우 시장한 상태라는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예수께 다가가 첫 아담을 무너뜨릴 때 썼던 것과 같은 방식인 탐식으로 유혹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세간의 속담처럼, 그는 유혹의 언어를 행간마다 마치 덫을 놓듯이 교묘하게 배치했습니다. 그 첫째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는 예수의 하나님의 아들 되심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예수가 화를 내거나, 혹은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임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도록 했습니다. 마귀의 유혹의 언어의 두 번째 디테일은, 예수가 나쁜 일을 하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예수가 정말 돌로 떡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당시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도 해결할 수 있는 대단히 획기적인 사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귀의 이런 유혹은 정말 솔깃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신 8:3절 말씀을 마귀에게 들려줍니다.
기록된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였느니라 | 눅 4:4
주님의 이 대답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유혹에 직면했을 때,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신 8:2, 3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명기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가난해지거나 굶주리는 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지켜내며', '주님의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주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때인 동시에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알게 하시는 때'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우 배가 고픈 순간이라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육신의 배고픔만 면하면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도 먹어야 사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마귀의 두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
마귀가 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서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 눅 4:5, 6
이 두 번째 유혹에서 마귀는 마치 자신이 천하만국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합니다.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라는 그의 말은 한편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마귀가 어떻게 왜곡과 거짓으로 사람을 선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 앞에서조차, 욕망이 필요인 양 제시하고, 거짓이 진실인 양 제시하고, 우상이 신앙인 양 제시합니다. 세상은 정말 정의를 위장한 불의가, 진실을 위장한 거짓이, 너무 사람의 마음을 속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렇고 언론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불의이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자기 진영 논리로 적당하게 용인하고 타협하며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줍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그러면 안 됩니다. 내 심장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다면 어떻게 거짓에 영혼을 내줄 수 있습니까? 본문에서 마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건, 그가 그릇된 예배를 요구한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 | 눅 4:7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말에 속아주며 신앙의 이름으로 맘몬을 숭배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대답해야 합니다.
기록된 바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눅 4:8
하나님께서 왜 히브리들을 이집트의 압제자들로부터 해방시키셨을까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으로서 그 어느 것에도 예속되지 말아야 할 존재가,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로 살아야 할 존재가, 소중한 자유를 잃은 채 사람에게 예속되어 비인간화 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시는 주님의 말씀은 하나님 형상이 내재된 귀하디귀한 존재로서 하나님 아닌 그 무엇에도 함부로 예속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마귀의 세 번째 유혹을 보십시오.
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하였고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시리라 하였느니라 | 눅 4:9-11
여기서 마귀는 놀랍게도 하나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오늘 응송의 말씀인 시편 91편을 인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곡합니다. 시편 91편은 시인이 하나님의 길을 가기가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토로하는 고백입니다. 전염병, 사냥꾼의 올가미, 낮의 화살, 밤의 공포 등이 하나님의 길을 가는 시인을 위협합니다.(시 91:3, 5) 그런 시인을 향해 하나님은 이렇게 위로하십니다.
화가 네게 미치지 못하며 재앙이 네 장막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니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천사들을 명령하사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너를 붙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아니하게 하리로다 | 시 91:10-12
그런데 마귀는 이 말씀을 왜곡해서 "하나님이 너를 위해 사자들에게 명령하셔서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실 것이니 너는 마음 놓고 성전에서 뛰어내리라"며 흔한 영웅 심리를 부추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을 봐야 합니다.
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 눅 4:12
주님의 뜻은 단호하십니다. 내심 불의한 권력을 추구하며 그럼에도 하나님이 나를 보호하시는지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마귀의 유혹들에 대항하신 무기는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씀이 우리를 이기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서에서 사도 바울도 우리에게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 롬 10:8
이 말씀은 신 30:14의 말씀을 사도 바울이 인용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과거 조상들의 입과 마음에 있을 때, 비로소 그들이 율법을 실천할 수 있었듯이, 너희도 말씀이 입과 마음에 있을 때 비로소 믿음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이렇게 신 30:14의 말씀을 인용한 것은 '입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는' 유대교 신앙을 바울이 그대로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랬던 사도 바울이 훗날에는 유대교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바울이 볼 때 유대교의 율법 신앙이 어느 시점부터 말씀을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점점 말씀으로서의 율법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으로서의 율법을 고수하려 애썼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통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율법을 통해 사람의 의를 드러내고 그 의를 과시하는데 골몰했습니다. 바울이 볼 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율법을 향한 그들의 열심이 '말씀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이 그렇게 분석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니라"(롬 10:2)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열심은 말씀이 아닌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유혹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말씀이 동기가 되지 않은 열심은 이들처럼 사탄의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강조합니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 롬 10:9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마음으로'도 예수를 주로 믿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바울은 말씀합니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 롬 10:11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유혹을 이기셨듯이, 바울이 구약의 말씀을 인용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이끌 듯이, 우리 역시 말씀을 입과 마음에 둠으로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구약의 말씀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 신 26:3
여기에서 '그 때'라는 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들어가서 '거기 거주할 때'와 '첫 열매를 거둘 때'를 뜻합니다. 내 삶이 안정과 평화를 되찾는 벅찬 순간에 하나님 자녀로서의 도리를 저버리지 말고 '그 땅'과 '그 열매'를 주신 분,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그렇게, 삶의 순간마다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 말씀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그리스도인 삶으로의 '건너감' 즉 진정한 '파스카(Pascha)'를 위해, 어떤 믿음의 사람이 되어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할까요? 마귀는 떡과 권력과 명예를 가지라 유혹하지만,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말씀을 마음에 두어, 말씀으로 세속의 유혹들을 물리치며, 부활을 향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 관상 | Contemplatio
관상은 '하나님을 보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 실천 | Praxio
① 유혹 앞에서 내 이념이나, 내 의지로 모면하려 하지 않는가?
② 말씀을 충실히 묵상하며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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